인공태양 꿈에 성큼…美연구진, 핵융합 점화단계 근접

레이저 이용해 연료보다 많은 방출에너지 얻어…네이처 게재

미국 연구진이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으로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재현하는 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산하 국립점화시설(NIF) 과학자들은 레이저 빔을 이용해 수소연료 알갱이를 가열·압축하는 과정에서 연료가 흡수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방출 에너지가 흡수 에너지보다 많다는 것은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점화' 단계에 근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핵융합이 일어나는 태양의 중심부와 유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금으로 만든 작은 알약 크기의 원통(hohlraum)과 레이저를 이용했다.

빈 원통 안쪽 면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 핵융합 연료가 되는 수소 동위원소를 얇게 코팅하고, 레이저 빔 192개를 원통 양끝 구멍으로 쏘아 보내 원통 안의 온도와 압력을 태양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10만분의 7초 정도로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태양 중심부보다 더 고온·고압의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실험 결과 가운데 첫째 시도에서는 1만2천줄(J)의 에너지를 가진 연료가 1만4천400줄을 방출했고, 두번째에는 9천400줄 연료에서 1만7천300줄의 에너지가 나왔다.

핵융합이 자동으로 지속되는 '점화' 단계에 이르려면 첫 융합 반응으로 생성된 에너지가 또 다른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공급 에너지보다 방출 에너지가 많다는 것은 이런 목표에 더 가까워졌음을 뜻한다.

다만 이번 실험이 점화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은 레이저를 통해 공급된 에너지 가운데 1%만 연료에 전달되는 등 '비효율성' 때문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핵융합 반응을 세밀하게 조절해 실제 점화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번 결과는 NIF가 자동 지속 핵융합이라는 목표로 착실히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자평했다.

연구진을 이끈 플라스마 물리학자 오마르 허리캐인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도 (목표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제프 위소프 NIF 총괄책임자는 "이번 연구의 진정한 의의는 우리가 발디딘 곳과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NIF의 '레이저 관성 핵융합' 방식이 아닌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토카막 방식)을 연구하는 프린스턴 플라스마 물리연구소(PPPL)의 스튜어트 프래거 소장도 "이번 성과는 핵융합의 '자가 발열'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첫 신호"라고 박수를 보냈다.

핵융합은 초고온·고압 상태에서 두 개의 가벼운 원자가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핵을 형성하는 것으로 반응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태양 등 별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근원이기도 하다.

핵융합 에너지는 원료가 무궁무진하고 반응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나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폐기물도 화석연료나 원자력 에너지보다 훨씬 적어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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