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게 우승 경쟁자들에 대한 질문이 주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올림픽 챔피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 그 때마다 김연아의 답변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런 답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의 한 매체는 14일 인터넷판을 통해 "김연아가 소치에 도착, 마오를 무시 '걱정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김연아가 러시아 소치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왕의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뒤를 자르고 '걱정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보면 마치 냉혹한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김연아는 소치를 떠나기 전부터 단 한번도 아사다 마오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경쟁자들을 신경쓰기보다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것에 더 집중하겠다고 줄곧 말해왔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일본)는 물론이고 새로운 도전자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에도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다른 한 매체는 "한국 미디어는 김연아를 배려했는지 아사다 마오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사다 마오와 관련된 질문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를 주목한 것인데 그 이유를 '배려'에서 찾았다. 색다른 관점이다.
둘이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치 입국장에서 아사다 마오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욱 큰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미디어는 '피겨 여왕'을 향한 '러시아 신예'의 도전 구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급하지 않았다고 상대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김연아는 이미 경쟁자들과의 대결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이 결코 무시는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뿐이다.
김연아는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떠나기 전 "다른 스포츠와 달리 피겨는 기록으로 성적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가 매번 잘할 수 없고 매번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받을 수도 없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니다. 일단 만족스럽게 경기를 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가졌다. '여왕'은 함부로 남을 무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