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휘둘려…본말 바뀐 국정원 개혁

막바지에 다다른 국정원 개혁 논의의 본말이 여야의 동상이몽으로 뒤바뀌면서 국회가 의지를 실종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새해부터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대공수사권 이관, 휴대전화 감청 허용, 대테러 대응력 강화 등 굵직한 의제로 지뢰밭 격전이 벌어질 듯 했지만 논의는 쥐 죽은 듯 잠잠했다.

대신 뚜껑을 열어보니 방점은 엉뚱하게도 국회 정보위원회 보안 강화로 옮겨간 모양새였다.

민주당 안에서부터 비판이 분출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개악 중의 개악”이라면서 “부정선거의 원흉인 국정원에게 또 다른 흉기를 들려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보고에 대한 정보위 간사의 언론브리핑을 폐지한 잠정합의안이 알려지자 입단속만 신경쓰다보니 국민의 알권리 보장은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합의했던 정보위 전임상임위화 실시마저 지연되면서 야당이 양보만 했지 여당에게 얻어낸 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 정보위처럼 운영돼선 국정원의 민주적 통제도 어렵고 정보보호도 어렵다”거나 “비인기 상임위라 정보위 의원 배치가 어렵다”는 여당의 볼멘소리만 반영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수사권 기획조정권 이관, 국정원장 임명의 국회 인준 절차 도입 등 야당의 주장 역시 여권의 휴대전화 감청 허용, 사이버안보 총괄 기능 이관 요구에 번번이 제동만 걸렸다.

지난 연말 예산을 지렛대로 삼아 한 고개를 넘어선 국정원 개혁은 결국 ‘산 넘어 산’ 앞에 주저앉았다는 혹평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특위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했던 장유식 변호사는 CBS와의 통화에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면서 “국정원 권한이나 정보위 보안을 강화하자는 문제는 국정원 개혁을 본질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꼼수인데 현재 논의 수준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오는 20일 특위를 열어 합의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커튼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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