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탑승 괴한 저지후 폭발음"…자폭테러 가능성도

"제진수씨 등이 괴한 밀어내…희생자 최소화"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자살폭탄 테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들은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괴한이 버스에 오르려다 저지 당한 직후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시 버스 뒤쪽에 있었던 문희정씨는 "괴한이 버스에 타려고 하자 가이드들이 밀어 냈으며, 그가 버스 밖으로 나간 직후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괴한은 줄무늬 옷을 입고 있었고, 아무런 짐도 지거나 들고 있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말해, 몸에 폭탄을 숨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언들은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이 부상자 일부를 면담한 결과, 타바 국경초소에서 출국 수속을 위해 현지 가이드가 내렸다가 다시 버스에 탑승하려는 순간 20대로 보이는 괴한 1명이 폭탄을 투척해 폭발했다고 한다"는 한국 외교부의 설명과 어긋난다.

그러나 테러범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집트 당국은 중앙장로교회 신도 김홍렬(64)씨, 현지 가이드 겸 블루스카이 여행업체 사장 제진수(56)씨,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35)씨, 그리고 이집트인 운전사 등 모두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주이집트 대사관 임완철 영사는 "목격자의 진술을 종합할 때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이 있지만 범인이 사망했는지, 도주했는지에 대해서는 목격자의 진술이 엇갈려 이집트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담당한 주이스라엘 대사관 박흥경 공사는 "버스 앞문 쪽이 크게 부서진 것으로 보면 문 바로 밖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공사는 현지 여행사 사장으로 가이드를 맡았던 제진수씨가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 냈고 바로 다음에 폭발이 있었다며 "제진수씨가 저지 하지 않았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상자 대부분이 다리를 다쳤는데, 이는 범인이 버스에 내린 채 폭탄을 터뜨려 버스 바닥 부분이 심하게 파손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생존자 주미경씨는 "이스라엘 국경 앞에서 가이드들이 입국수속을 준비해야 한다며 버스에서 내리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짐을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주 씨는 "버스 지붕 파편을 맞고 순간 정신을 잃었다가 깨보니 여기 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 총소리도 들려 한 동안 버스 안에 숨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리에 파편을 맞은 김동환 목사는 "당시 이스라엘에 입국하려는 버스는 우리만 있었다"며 "한국 사람을 겨냥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당국이 아직 정확히 조사하지는 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삼았다기보다 임의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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