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자폭테러 결론"…"경상자 이르면 20일 귀국"

부상자 12명 샤름 병원서 입원 치료 중…일부 중상

이집트 경찰은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에서 일어난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 폭탄 테러가 자살폭탄 테러범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경찰은 공격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자살폭탄 테러범이 관광버스에 올라 문 근처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하니 압델 라티프 내무부 대변인은 "초동수사 결과 일부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렸고 한 남자가 버스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가 세 번째 계단을 디뎠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관리들도 이번 테러가 자폭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관리들은 "관광버스가 타바 국경 근처에서 대기하던 중 자폭 테러범이 버스에 올라 폭탄을 터뜨렸다"면서 "운전사와 한국인 가이드가 (테러범을) 밀쳐냈으나 폭발 당시 버스에 너무 가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들의 증언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사건 당시 버스 뒤쪽에 있었던 문희정씨는 이날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괴한이 버스에 타려고 하자 가이드들이 밀어 냈으며, 그가 버스 밖으로 나간 직후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괴한은 줄무늬 옷을 입고 있었고, 아무런 짐도 지거나 들고 있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말해, 몸에 폭탄을 숨겼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테러범이 한국인을 일부러 겨냥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다리에 파편을 맞은 김동환 목사는 "당시 이스라엘에 입국하려는 버스는 우리만 있었다"며 "한국 사람을 겨냥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지 외교 소식통 역시 "이스라엘과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한국인을 목표로 삼았다기보다는 임의로 대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과격 이슬람 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성지를 지키는 사람들)가 트위터 계정에서 이집트 경제와 관광산업, 군부지도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다만 이번 사건이 자폭 테러범의 소행이라면서도 테러범이 버스에 접근해 운전석 아래 장착한 폭탄을 원격으로 폭발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인 부상자는 모두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김동환 목사를 비롯한 12명이 이날 현재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이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목사의 부인 주미경씨 등 3명이 보호자 자격으로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장로교회 신도 김홍렬(64)씨, 현지 가이드 겸 여행업체 '블루스카이 트래블' 사장 제진수(56)씨,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35)씨, 그리고 이집트인 운전사 등 사망자 4명의 시신 역시 이 병원에 안치돼 있다.

이 밖에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경상자 15명은 이날 새벽 타바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로 건너가 에일라트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이들은 애초 텔아비브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 대한항공 직항편에 몸을 싣고 18일 오후 1시3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지 여행업체와 터키항공 사이의 문제로 이스탄불행 터키 항공편을 타지 못했고 현재 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주이스라엘 대사관이 전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단 내일 다시 이스탄불로 이동해 19일 새벽 0시50분에 출발하는 터키항공 편으로 귀국길에 오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르면 19일 늦은 오후에나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항공편 사정에 따라 일정 변경 가능성이 있어 100%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되도록 이른 시간 안에 귀국시켜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집트 당국이 이스라엘 측의 응급의료 지원 제의를 거부해 부상자의 치료가 늦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타바와 국경을 마주한 이스라엘 에일라트의 마겐 데이비드 애덤 구급대장은 "16일 오후 폭발 직후 수 분 만에 응급의료 지원을 위해 20여대의 구급차를 현장 인근 국경까지 배치했으나 이집트 당국이 제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상자들은 결국 사고 현장에서 차량으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샤름 엘셰이크 병원까지 옮겨졌고, 당일 저녁까지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부상자도 일부 있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실제 테러를 당한 한국인들이 다니는 충북 진천 장로교회의 최규섭 부목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 부상자가 다리에 파편이 박힌 채 16시간 넘게 지혈만 하고 방치돼 있다며 조속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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