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검찰이 '서울시 간첩 사건 조작' 논란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급작스레 내던진 '국면전환용' 수사 아니냐는 의혹 섞인 시선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7일 강덕수 전 STX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와 관련해, 강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중구 남산타워의 (주)STX, STX조선해양·팬오션, STX중공업 등의 계열사와 경남 창원의 전산센터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지난 10일 STX중공업 현 경영진이 강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 5명을 거액의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를 의뢰한지 7일여 만에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벌이는 등 이번 STX 관련 수사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평가다.
수사 의뢰에서 사건 배당, 그리고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걸린 시간이 이례적일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자료가 충분하게 수사 의뢰가 와서 빨리 압수수색을 들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수사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진행 속도로 볼때 검찰이 '김용판 전 경찰청장 무죄'와 뒤이어 '서울시 간첩 사건 조작' 논란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연이어 불거지자 내부적으로 쌓아두던 STX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전격 개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여기다가 최근 이뤄진 STX중공업 측의 수사 의뢰가 검찰의 STX 수사 착수에 절묘한 명분을 줬다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 김진태 검찰총장은 외과식 수사 등을 내걸며 기존 대기업 수사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해 올해는 공기업 관련 비리 등에 검찰이 치중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와중이어서 갑작스러운 대기업 수사는 의외라는 평이다.
실제 STX 압수수색이 있기 불과 3일전인 지난 14일부터 검찰은 서울시 간첩 사건에서 핵심 증거 조작 논란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법무부 현안보고를 하자마자 서울시 간첩 사건이 터져 대검찰청은 연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벌집 쑤신 형국이다.
국회 법사위의 현안질의에서도 여야 모두 검찰을 질타하고 나섰으며 서울시 간첩 사건의 국민적 의혹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STX그룹에는 2조원의 금융권 자금 지원이 있는데 그런 과정이 결국은 다 국민에 부담이 되고 국민 경제와 직결된다"며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을 검찰에서 신속히 접근했듯이 이번 수사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TX와 관련해 'MB'정권 인사와의 정관계 로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은 지난 몇년간 수차례 꾸준히 제기되어 온데다 일선에서 물러나 영향력을 상실한 기업총수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김진태 총장의 첫 대기업 수사가 향후 어떤 성과를 낼지 더욱 주목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