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적 없어도 딸, 친구입니다" 합동 분향소 조문객 줄이어

경주 리조트 참사 희생자 합동 분양소, 조문객 1천여명 다녀가

경주 리조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부산외대 학생 9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부산외대 합동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 CBS/김혜경 기자)
18일 경주 리조트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에는 학교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고인들이 편히 잠들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부산외대 남산 캠퍼스 만오기념관에 마련된 경주 리조트 참사 희생자 9명의 합동 분향소.


사고 소식에 가슴이 미어져 한달음에 달려온 한 학부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학생 9명의 영정 사진을 마주하자마자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또 사회 선배로서 이들의 못다 핀 남은 생을 위로하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정숙(46)씨는 "최근 부산에 화명동 가족 참사, 기름 유출 사고 등 큰 사건이 많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바로 이웃에 이사 온 학교 학생들이 큰 사고를 당했다기에 자식 가진 입장으로서 외면할 수 없다"며 "사고 현장을 보니 눈도 많이 내리고 처참하던데, 희생자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진다. 이렇게라도 위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다음 날 경주 리조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로 한 신입생은 친구들의 비보에 가족과 함께 이른 오전부터 분향소를 찾았다.

방명록에 그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자마자 눈에 들어찬 눈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며 배우고 즐길 것이 많은데,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역사관광학과 14학번 신입생 이호준(19)씨는 "사고 뒷날 같은 장소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가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참사 소식에 깜짝 놀라고 슬펐다"며 "앞으로 함께 배우고 즐길 날이 많은데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병준(53)씨도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창창한 나이에 이생을 마감한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고 마음 아프다"며 "아들의 같은 학교, 학번 친구들이고 내 자식과 같은 마음이 들어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 들렀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는 졸업생들도 출근 전 이른 새벽, 이제 볼 수 없는 새내기 후배들을 만나러 새 캠퍼스에 들렀다.

A(26 여)씨는 "2년 전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시간을 따로 내서 후배를 보거나 학교에 들를 일이 없었는데, 후배 9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발길이 저절로 닿았다"며 "더는 아픔 없는 곳에 영면을 취하길 기도할 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18일 오후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에는 눈발이 날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신입생과 재학생, 직장인, 인근 주민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조문객 1천여 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부산외대 측은 장례식이 치러질 때까지 분향소를 24시간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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