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주역 심석희(17, 세화여고)를 비롯해 박승희(22, 화성시청), 김아랑(19, 전주제일고) 등 여자 선수들은 22일 여자 1000m에 대비해 스타트와 레이스 훈련을 반복했다. 이한빈(26, 성남시청), 박세영(21, 단국대)은 같은 날 열리는 남자 500m를 준비했고, 신다운(21, 서울시청)과 김윤재(24, 고려대) 등과 함께 계주 5000m 파이널B도 대비했다.
최광복 감독은 호루라기를 불며 선수들의 레이스를 독려했다. 잇딴 불운과 부진에, 안현수 사태까지 겹치면서 다소 무거웠던 훈련 공기는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인터뷰에서도 상승세는 그대로 묻어났다. 훈련 뒤 이한빈은 "아무래도 금메달이 하나도 없었잖아요"라면서 "여자들 분위기도 침울했는데 어제 (금메달) 딴 이후로 완전히 상승세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나도 몸이 근래 가장 괜찮고, 피곤하지만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온다"면서 "남은 종목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최광복 감독도 "분위기가 나빴던 적은 없었다"면서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최 감독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하는 사이 라커룸에서는 선수들이 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다만 1000m 경기가 남은 여자 선수들은 기쁨의 여운이 남아 있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에이스 심석희는 웃으면서 "네가 인터뷰를 안 하면 어떻게 하냐"는 신다운의 부러움 섞인 놀림에도 말없이 믹스트존을 빠져 나갔다.
김아랑도 "아직 좋긴 한데 이제 개인 종목 나가는 사람들은 어제까지만 즐기자 생각"이라면서 "어제 기쁜 마음이 살짝 남아 있지만 오늘부터는 긴장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1500m 때처럼 긴장하거나 아프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박승희는 취재진과 문답하던 동생 박세영을 보더니 "오늘은 인터뷰 하네?"라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전날의 감격을 뒤로 하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 잇따라 넘어지는 악재로 부진에 빠졌던 쇼트트랙 대표팀. 여기에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맹활약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국내 팬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의 짜릿한 금빛 레이스로 한결 마음의 부담을 덜고 남은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