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본부는 체육관 붕괴원인에 초점을 맞춰 관리 소홀, 설계·시공 부실, 안전수칙 위반 등을 캐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코오롱,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보상문제를 마무리지었으나 다른 유족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수사초점 시공·관리부실 등
수사본부는 인명구조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리조트·이벤트업체 관계자 등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고 당시 리조트 안전관리 담당 순찰요원 10여명이 한명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붕괴사고 직후 행사를 주관한 이벤트업체 직원들은 리조트 숙소로 도망치는 등 종적을 감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사 대상은 20~3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는 리조트 및 이벤트업체의 관리부실이 확인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또 경주시와 시공사로부터 체육관 시설 인허가 관련 서류, 설계도면, 시방서 등을 확보해 부실공사 여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설계도 규격에 맞는 H빔 정품을 사용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경찰과학수사팀·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시설안전공단·한국강구조학회 등 4개 기관의 2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현장감식팀은 이날부터 본격 감식에 돌입했다.
합동현장감식팀도 붕괴 원인에 초점을 맞춰 적설량을 비롯해 설계에 이상이 없는지,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감식작업은 앞으로 수차례 더 이뤄질 예정이라서 결과 도출까진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재모 국과수 법안전과장은 "설계도·시방서 등에 맞게 체육관이 만들어졌는지, 건축 자재는 규격에 적합한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붕괴원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고전 '보강공사 견적서' 소문도 수사
사고 발생 6일 전인 지난 11일 리조트측이 울산의 한 조립식주택 건설업체에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는 리조트측이 사고가 난 강당의 구조물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행사를 강행, 참사를 불렀다는 주장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종화 경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견적을 의뢰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해당 업체의 관계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코오롱측은 "사실무근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사본부는 이벤트업체 직원이 촬영한 행사 동영상을 확보한 뒤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체육관에 CCTV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리조트 직원들로부터 "체육관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밖에 부산외대 총학생회가 경주의 다른 리조트를 예약했다가 갑자기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배봉길 수사본부장은 "리조트 관계자 등을 상대로 집중조사를 벌여 드러난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일부 보상협의 완료
사망자 유족과 리조트 소유자인 코오롱그룹의 보상 협상은 진척을 보였다.
유족과 코오롱 관계자들은 19일 오전 분향소가 설치된 울산 21세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보상에 합의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보상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는 총 9명의 사망 학생 유족 중 8명이 동참했다. 나머지 1명은 코오롱 측과 따로 보상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이벤트업체 직원 역시 학생 사망자와 별도로 보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판수 유족 대표는 "조금씩 양보하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아들, 딸을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합의했다"며 "코오롱 측에서도 사과했고 최대한 노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 9명 중 6명의 유족과 부산외대 측은 울산 21세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보상에 합의했다.
쟁점이 됐던 보상금은 '유족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부산외대가 밝혔으나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희생자 9명 모두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며 교내에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학교장으로 치러지는 합동장례식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교내 체육관에서 열린다.
합동장례식과 별개로 숨진 박주현(18·여·비즈니스일본어과 신입생)양의 장례식이 유족의 판단에 따라 오는 20일 오전 9시 부산 남구 이기대성당에서 열린다.
빈소를 비롯해 부산외대, 경주실내체육관, 경기 과천 및 구미 코오롱 사업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각계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 남구는 붕괴사고 때 후배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양성호(25·미얀마어과 학회장)씨에 대해 의사자로 선정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하기로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번 붕괴사고와 관련해 2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속 처리 및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