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자사고·특목고는 열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자료사진)


- 위헌 소지가 있어 학원에 대한 선행학습 금지도 사실상 안돼
- 자사고, 특목고는 자율권이 훨씬 많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2월 19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범 (교육평론가)


◇ 정관용>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 잠못 들게 하는 것, 바로 사교육입니다. 이 사교육의 주원인으로 꼽히던 게 선행학습인데 이걸 규제하는 공교육정상화촉진 선행교육규제특별법. 일명 선행학습금지법 이렇게 불리워지는데 오늘 국회 법사위까지 통과가 됐네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실효가 있을지 교육평론가 이범 씨 연결해서 이야기 듣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범>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먼저 이게 국회 상임위도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켰고 오늘 법사위까지 통과했으니까 이게 본회의 통과도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것 같은데. 이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기본 입장이 어떠세요?

◆ 이범> 일단 이런 법적인 규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환영하고 찬성하는 입장이고요. 몇 가지 미진한 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마는 이런 것들을 추후에라도 계속 보완해서 사교육 열풍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이게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거죠?

◆ 이범> 그렇습니다. 크게 세 가지 정도 되는데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범위를 뛰어넘는 선행학습을 행하거나 또는 그런 것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평가나 활동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고요. 또 상급학교의 선발과정에서 예를 들면 자사고나 특목고의 선발 그리고 대학의 학생 선발에서 선행학습을 요구하는 요소를 배제하도록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를 규제하는 이런 세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삼고 있죠.

◇ 정관용> 먼저 첫 번째가 학교에서 그러니까 중학생들한테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친다든지 아니면 그런 고등학교 과정의 시험문제를 낸다든지 이런 것을 못하게 한다 이거죠?

◆ 이범> 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 선행학습 유발요인은 일단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입학 예정자들한테 겨울방학 때 미리 불러서 교육을 시킨다든지. 또는 방학 중에 정규진도를 나간다든지 또 배치고사를 할 때 아직 배우지 않은 상급학교 내용을 배치고사의 범위에 포함시킨다든지. 심지어 중간, 기말과 같은 정규평가에서도 상급학년이나 상급학교의 일원을 알고 있으면 좀 더 쉽게 풀리는. 이런 문항들을 출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그걸 못하게 하는 건데.

◆ 이범>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만약에 그걸 하게 되면 어떤 처벌을 합니까?

◆ 이범> 이 법안의 특징 중의 하나가 정확한 처벌규정이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주로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행정적인 또는 재정적인 규제의 근거가 되는 법이거든요. 사실은 이러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활동이 학교에서 또는 선발과정에서 이루어질 경우 교육당국에서 의지를 가지고 행정적인 또는 재정적인 규제를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 규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겁니까?

◆ 이범> 여태까지는 이 규제를 위한 근거가 되는 법이 없었거든요. 우선 이런 규제를 할 수 있는 근거법을 마련하는 것이고요. 규제의 형태는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선행학습 유발요인을 요구하는 대입선발요소. 논술고사나 구술면접고사에서 그런 게 나타날 경우에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인다든지. 또는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그 학교에 감사를 하고 또 징계를 요구하고 한다든지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죠.

◇ 정관용> 그렇죠. 돈을 좀 적게 준다거나 아니면 징계, 그 해당 교장이나 교사를 징계한다거나 이런 방식으로 행정적, 재정적 규제를 가한다. 이 말씀이시죠?

◆ 이범>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학원에 대해서는 선행학습 광고를 못하게 하는 것, 이것만 있습니까? 학원에서 선행학습하다가 적발되면 어떤 제재를 한다거나 이런 건 없습니까?

◆ 이범> 사실 이 법안의 명칭이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학원에서의 선행교습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실은 교육시민단체에서 처음에 요구할 때는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선행교습행위를 규제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국회에서 여러 논란을 거치고 그 끝에 학원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습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빠졌어요.

◇ 정관용> 왜 빠졌죠?

◆ 이범> 이게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이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저도 전문가들한테 여쭤보니까 이게 위헌 소지가 있다, 그렇지 않다. 의견이 좀 엇갈리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위헌이라 얘기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이런 것이겠군요.

◆ 이범> 그렇죠. 과거에 한때 있었던 과외금지 조처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이유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였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이와 유사한 이유로 위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이 있었고. 또 현실적으로 학원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마는 개인과외 같은 걸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선행교습행위를 금지했을 경우에 이런 개인과외 시장만 팽창시켜주는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해서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선행교습 금지는 없고 대신 그걸 널리 선전하는 광고는 하지 말아라, 그런 조항까지 들어 있다. 이 말이로군요?

◆ 이범> 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교육계에 미치는 효과는 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사실 광고를 규제한다고 했지만 예를 들어서 우리 학원에서 대형 입시설명회를 한다라고 해서 학부모들을 많이 모아놓고 해서 우리가 앞으로 이런 교육을 시키겠다라고 말하면 이것을 과연 규제할 수 있을 것인지.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실제적으로 이것이 학원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조금 제한적일 거라고 봅니다.

◇ 정관용> 학교 현장에 미칠 효과는 어느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 이범> 중고등학교에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여태까지는 아까도 언급했던 여러 가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그런 요인, 이런 것들이 꽤 많이 보이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강하게 제재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으니까 당연히 그런 문제는 완화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자사고나 특목고를 중심으로 해서 이런 학교들은 일반 학교에 비해서 교육과정 자율권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영·수와 같은 입시 핵심과목의 시수를 굉장히 늘려서 편성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게 편법이 아니라 법적으로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일반 학교에 비해서 진도를 굉장히 빨리 나가는, 예를 들어서 보통 학교에서 고등학교 1년 동안 배울 진도를 한 학기 만에 끝내 버린다든지. 이런 과속으로 진도를 나가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건 사실 합법적으로 지금 허용된 일이거든요.


◇ 정관용> 잠깐만요. 그렇지만 그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 빨리 진도를 나갔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2학년 과목을 가르치면 그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 이범>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 지금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만들어지는 이 법으로도 사실 이것을 규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범> 그러니까 비어있는 구멍이 하나 있는 거죠. 어쨌든 이런 식으로 과속으로 진도를 나가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래의 공부를 더 해서 고등학교에 올라오라는 얘기로 이해하게 되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저는 잘 납득이 안 가는데요. 그러니까 선행학습을 유발하게 되는 그런 것 중의 하나로 1학년인데 2학년 과목을 가르치면 안 된다. 이게 일단 법의 기본정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무리 시수를 늘려서 편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한 번 배운 1학년 과정을 1학기, 2학기 두 번 가르치는 건 몰라도 다 배웠으니 2학기에는 2학년 과목합니다. 이건 금지 대상 아니에요?

◆ 이범> 지금 우리나라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자율학교의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게 더 우선 합니까? 그 법이?

◆ 이범> 네. 초중등교육법에 나와 있는 것인데요. 이 자율학교의 경우에는 표준 등의 시수에 비해서 과목별로 50%까지 증감해서 편성하는 게 가능합니다. 일반 학교에 100시간 편성할 때는 이 학교는 150시간 편성하는 게 가능한 거죠, 보통 과목을. 그러면 이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분명히 이건 선행학습인데, 어쨌든 법적으로 우리는 100시간이 아니라 150시간을 편성해서 이 진도를 나간 것이므로 선행학습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 이범> 이 틈새는 지금 이 만들어지는 법으로도 막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그것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조금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겠는데요, 그 대목은.

◆ 이범> 이거는 좀 별도의 규제나 법안이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보이고요.

◇ 정관용> 네. 바로 그런 몇 가지 구멍. 하지만 중고등학교 일반적으로 선행학습은 많이 줄 것이다라고 기대하셨는데 만약에 그렇게 줄어든다면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도 좀 줄기는 줄겠네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 이범> 저는 중장기적으로는 어쨌든 사교육업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봅니다만. 왜냐하면 핵심적인 내용 중의 하나가 대입에서 선행학습을 요구하는 게 주로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을 통해서 많이 지적되었었는데 이것도 규제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물론 이것은 교육당국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대학을 여태까지 자율권을 많이 줬었는데 이걸 다시 규제할 수 있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지금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교육부가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통제를 할 것 같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범> 저는 전체적으로 선행학습을 꼭해야 된다는 압력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교육 관련 시민단체 등등이 줄곧 주장해 왔던 것. 물론 위헌 소지 같은 것 때문에 다소 좀 미약한 법안이기는 하지만 법적 토대는 만들어졌고. 이제 교육당국이 얼마나 실천의지를 가지고 이걸 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다고 봐야 되겠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범>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교육평론가 이범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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