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텃세 있나? 김연아와 러시아 점수 비교해보니…

피겨 여왕 김연아 (사진=노컷뉴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

전체 30명 중 17번째 순서로 나선 김연아(24)가 합계 74.92점을 받는 순간 대한민국이 기쁨에 들썩였다. 시즌 최고 점수로 중간 순위 1위에 오른 김연아는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점수표를 차근차근 뜯어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39.03점을 받았다. 시쳇말로 점수가 '짰다'. 김연아는 자신의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수행점수(GOE)는 1.50점에 그쳤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당시에는 2.00점의 가산점이 붙은 기술이다.

김연아는 예술점수(PCS) 35.89점을 받았다. 5개 항목 중 3개 이상에서 9점대를 받았다. 이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영국 BBC 해설위원은 김연아의 점수가 공개되자마자 "스텝 시퀀스가 레벨 3 밖에 안된다는 것이 의아하다. 충분히 레벨 4는 되는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김연아는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와 가산점 1.14점이 붙어 4.44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우승을 노릴만한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의 점수는 전반적인 채점 경향의 바로미터가 되는 듯 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순서 때부터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리프니츠카야는 결정적인 점프 실수를 범해 65.23점(TES 33.15점, PCS 33.08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기에 비해 점수가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29번째로 출전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74.64점, 전체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판정의 일관성에 대해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기본 점수 8.20점의 기술로 김연아의 콤비네이션의 난도와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에게 무려 1.60점이라는 높은 가산점이 돌아갔다.

김연아가 기술점수에서 얻은 가산점은 총 7.60점, 소트니코바는 8.66점으로 더 높았다.

또한 소트니코바는 김연아가 레벨 3을 받은 레이백 스핀과 스텝 시퀀스에서도 레벨 4를 받았다. 둘의 차이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로 인해 기술점수에서 소트니코바가 39.09점으로 김연아(39.03점)보다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김연아에게 주어진 가산점이나 레벨 평가에 비해 소트니코바가 후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예술점수도 막바지에 이르러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였다. 무려 36.63점을 받은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합계 74.12점, 3위)와 김연아와 비슷한 35.55점을 획득한 소트니코바 모두 종전 개인 최고점수보다 2점 정도씩 더 받았다.

코스트너의 종전 최고 기록(34.92점)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소트니코바의 종전 기록(33.58점)은 지난 1월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각각 올린 기록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진행된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점수를 봤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앞에 한 것도 있었고, 요즘은 지난 시즌과 달리 룰도 많이 바뀌어서 매 시즌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했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한국 시간으로 21일 자정에 막을 올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맨 마지막인 전체 24번째 순서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마지막은 김연아가 선호하는 순서는 아니지만 들쑥날쑥할 여지가 있는 판정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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