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해피엔딩일까 아닐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벌이자 선의의 경쟁자, 이제 역사 속으로

김연아(사진 오른쪽)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겨 스케이트 선수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노컷뉴스)
김연아는 웃었다. 아사다 마오는 울었다.

둘의 표정을 보면 희비가 엇갈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연아는 아쉬움을 감춘 채 의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사다 마오가 흘린 눈물은 아픔이 아니라 스스로 대견한다는 의미가 더 짙었다.

라이벌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24살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나란히 출전한 마지막 현역 무대이자 올림픽 경기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맞대결은 각자 사연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끝이 났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지난 20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전체 16위(55.51점)에 그친 아사다 마오는 비장한 각오로 빙판 위에 섰다. 일본 현지 여론은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그 아이는 중요할 때마다 넘어진다"는 수준 이하의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아사다 마오도 현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을 터.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올 시즌 들어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비장의 무기가 절체절명의 순간 빙판 위에 펼쳐졌다.

연기가 끝나자마자 아사다 마오는 오열했다.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를 찾은 관중들 모두가 기립해 박수를 건넸다. 142.71점을 받았다. 금메달을 차지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그리고 김연아에 이어 가장 높은 점수였다. 자존심을 되찾았다.

아사다 마오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내가 목표로 했던 구성이었다. 어제는 유감이었고 분했다. 일본을 대표해 메달을 갖고 돌아갈 수는 없지만 팬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사다 마오는 합계 점수198.22점으로 전체 6위에 머물렀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아사다 마오가 이날의 승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예상 밖의 점수가 나왔다. 그래도 김연아는 웃었다.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관중들과 인사를 나눴다. 러시아 팬들은 김연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소트니코바의 모습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그래도 김연아는 인사를 멈추지 않았다.

144.19점. 소트니코바는 149.95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합계 219.11점을 받아 224.59점을 획득한 소트니코바에 밀려 올림픽 2연패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패자가 아니었다. 끝까지 미소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쇼트와 프리 모두 큰 실수없이 마쳤다. 고생한만큼 다 보여드렸고 끝나서 너무 행복하다.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 안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없이 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금메달은 러시아 선수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도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금메달에 대한 부담은 어쩌면 주위의 기대가 만든 환영일지도 모른다. 김연아의 경기 후 자세에서 알 수 있다. 아사다 마오의 눈물에서 엿볼 수 있다.

왜 아쉽지 않을까.

그래도 김연아는 유쾌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아사다 마오 역시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벌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일까 아닐까. 중요한 건 그들의 마음이다. 주위의 시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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