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없이 힘겹게 걸어온 피겨 여왕 "연아야 고마워"

21일(한국시간) 플라워 세리머니를 마친 김연아가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올림픽 2연패 도전에 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김연아(24)는 그 질문에 "목표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끝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클린'에 근접한 연기를 펼치고도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우승을 내줬다.

러시아의 홈 텃세, 편파 판정 의혹이 거세게 일었지만 김연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래 전부터 올림픽 2연패는 목표가 아니라고 했던 김연아다.


그렇다면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김연아는 모든 경기를 마친 뒤 소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김연아는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밴쿠버 대회 때와는 달리 딱히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밴쿠버 때는 금메달 아니면 진짜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였다.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간절함이 밴쿠버 때보다는 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을 할 때 동기부여가 안된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생중계한 미국 NBC 캐스터는 김연아의 순서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연아, 현 올림픽 챔피언은 1년 반 정도 빙판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지난 2년동안 가볍게 스케이팅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 마치 떠난 적이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어제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녀가 통산 한 차례 밖에 받지 못한 점수를 얻어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밴쿠버에서 받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소트니코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9.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15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만 1위 수성이 가능했다. 김연아가 밴쿠버 대회에서 기록한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50.06점이다.

사람들은 승부에 주목했지만 김연아의 생각은 달랐다. 그마저도 김연아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점수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준비한 연기를 100% 펼치는 데에만 주력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대회가 끝난 뒤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목표없이, 동기부여 없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 김연아가 있어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이제 팬들은 외친다. "연아야 고마워"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연아의 경기가 끝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연아야 고마워"라는 감사의 인사말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리자는 무언의 합의가 있었다.

"연아야 고마워"라는 작별 인사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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