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시설 두고 국물 뚝뚝…'음식쓰레기' 쌓아둔 입주민들

입주민 "광고와 다른 사기분양"·남동구 "1개 관로 문제"·건설사 "시 승인대로 시공"

인천 소래 논현 지구에 시공한 쓰레기 자동처리시설이 가동 한번 제대로 못해본 채 방치되면서 주민 불편과 지자체의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층별 복도에는 준공 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1개의 음식물 쓰레기투입구가 굳게 닫힌 채 잠겨있고, 대신 단지 1층 옥외마당에는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함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일일이 따로 버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2006년 인천시 도시개발계획 승인에 따라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이 1개의 관로를 통해 중앙집하장으로 운반되는 단위관로 방식으로 시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 51층 높이 아파트의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와 쓰레기를 버리는데만 무려 5분 이상 걸린다고 한다.


40층에 사는 주부 이모(35)씨는 "계약 당시 1층까지 내려가지 않고도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세대에서 버릴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사용할 수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입주민 안모(40)씨도 "시설 사용 불가에 대해 건설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건설사와 남동구청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건설사의 분양 안내 책자에도 '쓰레기 자동이송 시스템' 표시와 함께 "음식물쓰레기는 각층 투입방식을 적용했다"고 적혀 있다.

관할 남동구와 입주민들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2006년에 승인된 인천시 도시계획을 따르더라도 2010년에 착공해 지은 아파트에는 2008년에 개정된 환경부의 지침에 맞게 관로를 분리해 시공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민 정모(66)씨는 "구청의 시설 사용승인 불가 판정을 알고도 한화 측이 되는 것처럼 광고를 해 이를 믿고 비싼 분양가를 치르고 입주한 주민들을 속인 사기분양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방식으로 시공된 송도신도시의 자동집하시설에서 운반된 음식물쓰레기가 흡입 압력에 의한 파손으로 사료나 퇴비로 쓸 수 없다는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한화 측은 이를 간과했다는 것.

당시 쓰레기 대책 특위였던 조오상 인천시 남동구의원은 "건설사가 해당 아파트를 짓기 시작할 당시 개정된 정책 때문에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시설로 예상했을 것임에도 단위 관로 시설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한화건설 측은 "2개의 관로가 가장 확실하겠지만 2010년 당시 대부분의 신도시는 단위(1개) 관로로 설치됐다"며 "인천시와 남동구의 정책 결정 때문에 시설을 사용 못할 뿐 시 개발계획에 따라 설치한 시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 일대 9개 아파트 단지 8천여세대 주민들은 첨단시설을 옆에 두고도 일일이 쓰레기를 밖으로 가져와 버리는 불편과 음식물쓰레기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화 측이 250여억 원을 들여 지어 지자체에 기부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남동구가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함에 따라 매년 4억여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남동구청 관계자는 "2년 전 자동집하시설로 배출된 쓰레기에 수분이 다량 포함됐다는 이유로 송도소각장으로부터 반입 금지 조치를 당했다"며 "이후부터 자동집하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 설치한 시설을 가동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대안도 찾지 못한 채 주민 불편과 유지보수비 등으로 매년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