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회, 조각 착수…의장에 대통령 권한 이전

오늘 총리도 선출 예정. "야누코비치 대통령 뇌물주며 출국 시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전격 도피로 우크라이나의 정치 권력이 기존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라다(의회)로 넘어간 가운데 의회가 23일(현지시간) 정부 구성 절차에 착수했다.

의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하루 전 의장에 새로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에게 대통령 권한까지 이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대통령 권한 이전 결의안 표결에는 339명의 출석 의원 가운데 28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는 또 이날 저녁 새 총리도 선출할 예정이라고 야누코비치 정권에 반대해온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원내 부대표 니콜라이 토멘코 의원이 밝혔다.

토멘코 의원은 "오늘 의회 논의를 통해 연립 내각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저녁에 총리를 임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총리 후보론 하루 전 교도소에서 석방된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 바티키프쉬나당 원내대표 아르세니 야체뉵, 무소속 의원 표트르 포로셴코 등 3명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선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하루 전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이전하는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2004년 헌법' 복원을 결의한 상태라 새로 선출되는 총리는 사실상 국가 지도자의 실권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 총리직은 야권의 반정부 시위 와중에 니콜라이 아자로프 전 총리가 지난달 말 해임된 뒤 이후 제1부총리인 세르게이 아르부조프가 대행해 왔다.

하지만 하루 전 의회가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과 5월 25일 조기 대선을 결의하고 새로운 내각 구성에 착수하면서 기존 내각에서 직무대행을 맡아오던 총리와 장관들은 대부분 경질됐다.

한편 공산당은 바티키프쉬나당 등이 주도하는 연립내각 구성에 동참하지 않고 내각 구성원 임명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산당 의원 아담 마르티뉵이 밝혔다. 앞서 투르치노프 의장은 이날 의회 회의에서 각 정파들에 오는 25일까지 새로운 연립내각을 구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 총장직 수행 전권대표를 맡고 있는 올렉 마흐니츠키는 이날 의회 질의에서 현재 수사팀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빅토르 프숀카 전 검찰총장, 알렉산드르 클리멘코 전 국세청장 등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숀카와 클리멘코는 22일 동부 도시 도네츠크 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다 국경수비대에 체포됐으나 곧이어 공항 안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이 침입해 총격을 가하면서 이들을 어딘가로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수비대는 23일 새벽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출국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모처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국경수비대는 "출국 서류 심사를 위해 수비대 직원들이 공항 사무실로 나오자 무장한 사람들이 돈을 건네며 서류절차 없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 전세기를 출국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수비대는 "이후 2대의 장갑 차량이 전세기로 접근했고 비행기에서 내린 대통령이 차로 옮겨타자 곧이어 차량들이 공항을 떠났다"고 전했다. 수비대는 출국 서류를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어디로 가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내무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아르센 아바코프 대행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야권 인사 석방에 관한 22일 의회 결의에 따라 오늘까지 64명이 석방됐으며 24일 나머지 3명이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티모셴코가 총리에 선출되면 우크라이나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국가 모임) 문제 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가 티모셴코를 연립내각 총리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며 "그가 총리가 되면 우크라이나 사태 안정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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