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공동 집전한 미사에서 새 추기경들은 전날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 복장을 했던 것과 달리 진홍색 수단과 장백의(長白衣) 위에 녹색 제의(祭衣)를 걸쳐 입고 주교관(主敎冠)을 쓴 상태로 교황과 함께 입당했다.
새 추기경들은 주교관 안에 전날 서임 예식에서 받은 진홍색 주케토(성직자들이 쓰는 원형의 작은 모자)를 쓰고, 추기경 반지도 오른손에 착용했다. 존엄성의 상징인 추기경 반지는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교황)와 갖는 특별한 친교를 의미하고 교황과의 일치, 교황청과의 유대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새 추기경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원수를 사랑하고 우리에 대해 험담하는 이를 축복하며 그들에게 환한 미소로 다가가자"며 "그 대신 위선을 벗고, 어려움을 잊어버리고,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시도록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그것을 통해서만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면서 "여러분이 특별히 내 곁에서 기도와 조언, 협력을 주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로마 한인성당 신자인 고등학생 황재원 양이 가톨릭에서 일반적으로 `신자들의 기도'로 불리는 `보편지향기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황 양과 함께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필리핀어(타갈로그어)를 사용하는 다른 가톨릭 신자들도 연이어 '보편지향기도'에 참여했다.
이날 성 베드로 성당은 각국의 성직자, 외교 사절, 신자들로 가득 찼고, 성 베드로 광장 안팎에도 수백 명의 한국 순례자를 비롯해 각국에서 몰려든 신자와 로마시민, 관광객 등 수천 명이 운집했다.
염 추기경은 축하 미사에 이어 예수회 총원장 아돌포 니컬러스 신부 초청으로 로마 예수회 총본원에서 오찬을 했다. 염 추기경의 은사인 니컬러스 신부는 지난 1월 15일 명동 염 추기경의 집무실을 방문해 추기경 서임을 축하한 바 있다.
염 추기경은 오후에는 교황청립 한국신학원에서 로마 한인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한인 신자들이 마련한 축하공연과 만찬에 참석한다.
한편 염 추기경은 22일 열린 추기경 서임식을 마친 뒤 "프란치스코 교황과 포옹할 때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인들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추기경으로서 교황을 도와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염 추기경은 또 21일에는 교황청 내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강복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서울대교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