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추기경 등 새로 서임된 추기경들은 전날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 복장을 했던 것과 달리 축하 미사 시작 5분 전 진홍색 수단과 장백의(長白衣) 위에 녹색 제의(祭衣)를 걸쳐 입고 주교관(主敎冠)을 쓴 상태로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 서서 성 베드로 성당으로 입장했다.
교황의 제대 앞에서 선 새 추기경들은 전날 서임식 때 앉았던 단상 앞 자리에 가서 착석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만 제대에 올라 일반 미사 때와 같이 기도와 찬송으로 미사를 시작했다. 오랜 은둔 생활을 깨고 서임식에 참석했던 베네딕토16세 전임 교황은 이날 미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미사가 진행되면서 각종 기도와 설명, 찬송 등에서 라틴어, 이탈리아어, 영어, 불어 등이 번갈아 가며 사용됐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등 사제와 신도들에게 라틴어로 강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추기경들에게 "교회 조직을 움직이고, 설교할 수 있는 지도자 위치에 서게 된 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한 권력의 소유자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사람들이 기쁨 마음을 갖고 믿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교황청 웹사이트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오늘날 교회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그리고 오늘 아침 축하 미사를 하는 추기경들의 활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새 추기경단을 환영하며 사도 바울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분열하지 말고 단합하자"고 강조했다.
강론에 이어 가톨릭에서 일반적으로 신자들의 기도로 불리는 '보편지향기도' 순서에서는 로마 한인성당 신자인 고등학생 황재원 양이 곱게 한복을 입고 나와 한국어로 "유혹의 때에 당신의 수난을 본받으며, 부활의 기쁜 증거 안에서 굳건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황 양의 순서에 앞에는 중국인 수녀가 맨 처음 나와 중국어로 이야기했고, 두번째 신도는 스페인어로 각각 기도했으며, 황 양의 다음 순서에도 브라질의 젊은 남성이 포르투갈어로, 마지막으로 필리핀의 수녀가 필리핀어(타갈로그어)로 기도를 올렸다.
축하 미사에서는 또 지난 20, 21일 열렸던 추기경 회의의 주제가 `가정의 복음화'였던 점을 감안해 나이 어린 소녀 2명이 부모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걸어가 편지를 전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미사의 마지막 부분인 성찬 순서에서 염 추기경 등 신임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앉아있는 제단의 뒤쪽으로 두 명씩 올라가 포도주에 빵을 담갔다 먹는 의식도 진행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은 평소 미사를 드리는 일요일이라 신도들이 대거 참석한데다 각국에서 몰려온 참관객과 관광객들이 합쳐지면서 발 디딜 틈 없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TV로 중계되는 미사를 지켜보며 신임 추기경 탄생을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