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도 개그도 ‘썸’이 대세다.
‘썸’(Some)은 서로 호감은 갖고 있지만 정식으로 교제를 하고 있진 않은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다. 영어 썸씽(Something)에서 파생돼 ‘썸을 탄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서로 좋아하고, 자주 연락하고, 데이트는 하지만 사귀지는 않는 애매모호한 관계, 썸이 연예계를 접수했다.
‘썸’을 타는 미묘한 상황은 개그프로그램에서 먼저 눈길을 끌었다. 남녀 간에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을 건드리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로 꼽히는 ‘두근두근’이 썸 개그의 대표적인 예다. ‘두근두근’ 속 이문재와 장효인은 오랜 소꿉친구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도 있고,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만 아직 사귀는 아니다. 장효인의 여동생 박소영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두근두근하는 썸타는 상황을 전하면서 시청률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방송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코너 시청률 1위를 다투며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썸앤쌈 멤버들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녹화를 하기 전까지 이 같은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상황이라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최근 음원 1위는 물론 음악순위 프로그램을 석권하고 있는 소유와 정기고의 ‘썸’은 썸을 타는 남녀의 미묘한 불안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얻고 있다. “사귀자”는 고백 없이 연인인 듯 연인도 아니고, 네 것인 듯 네 것이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을 포착해 적절히 풀어낸 것.
대중문화 평론가 강태규 씨는 “노래에서 가사가 주는 공감대는 멜로디보다 크다”며 “당시 유행하는 신조어를 중심으로 가사를 썼을 때 끌림이 더 큰 만큼, 요즘 작사팀에서도 유행어로 먼저 스토리를 만들고 운율을 맞춘다”고 최근 썸이 대중가요 가사에서 화두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너무 유행을 쫓아 가사를 쓰다보면 노래의 수명은 짧아질 수 있다”며 “김광석처럼 세대를 넘어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나오기 힘들어 진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요즘 남녀 관계에 대한 방송가의 관심이 엄청나다”며 “‘마녀사냥’ 등 연애, 관계, 노하우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많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개그프로그램이나 가요는 신조어, 유행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개그나 노래 가사의 내용 자체는 이전부터 나왔던 것들이지만 썸이라는 신조어 때문에 더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