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명분과 실리 챙기려 무공천 선언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 선언은 새 정치라는 명분을 지키면서 인물영입난을 우회적으로 타개해보자는 나름의 묘수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어 “대선공약 중 가장 주요한 정치개혁 공약이자 대표적인 특권 내려놓기 공약이었다”며 무공천이 약속을 지키는 새정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안 의원의 무공천 선언은 지난 대선에서 가장 먼저 무공천 약속을 한데다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으로 약속을 번복한데 따른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보인다.

기존정당의 공약 파기 등을 비판하며 약속과 신뢰로 자신을 자리매김한 안 의원으로서는 무공천 선언으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각인시켜려 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 거대정당의 약속 번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있지만 새정치를 앞세운 안 의원에 대한 기대는 이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민주당과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에서 공천 유지 쪽으로 선회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에 이른바 ‘선방’을 날린다는 측면이 있다는 말도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공약 파기의 책임을 주로 새누리당에 물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민주당을 겨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민주당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했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번복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안 의원이 창당을 앞둔 신생정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인물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기초단위까지 공천을 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 몫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며 “수십년 구축된 선거경험도, 기반도, 인물도, 자금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7일 새정치연합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으나 기존에 합류한 인사들 외에 유권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새정치연합이 기초단위까지 후보군이나 당 조직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저희들이 갖고 있는 상황 판단으로는 회의적이다”고 봤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에서 마땅히 내세울 인물이 없다”며 “때문에 무공천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의 무공천 선언으로 ‘안철수’라는 이름을 원했던 예비후보들을 새정치연합으로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 하나는 사라지는 셈이다.

안 의원도 “기초단체장과 의원선거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미치는 효과나 이어질 국회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저희로서는 커다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윤여준 공동위원장이 전날 '오마이뉴스' 토크쇼에서 한 발언을 돌이켜볼 만하다.

윤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고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방선거가 앞에 있으니 참여하는 것이지 창당목적도 지방선거가 아닌 총선, 대선“이라고 밝혔다.

신생정당으로서 새정치연합이 장기적인 전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눈 앞의 선거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안 의원의 선택은 기초단위까지 공천을 하기 어려운 사정을 돌파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존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새정치의 명분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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