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은 범행을 기억한다" 14년만에 강도살인범 무기징역

법원, "피의자 10여년 간 도피생활하며 반성 여지 없어 중형 불가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부산의 한 오락실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 범인이 검찰과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14년 만에 붙잡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었던 혈흔과 지문이 결정적인 범인 검거에 힘을 보탰다.


2000년 7월 27일 오후 3시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오락실 화장실. 게임장 환전담당 종업원인 A씨(39·여) 씨가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A 씨는 온몸을 잔인하게 흉기로 찔렸고, 갖고 있던 현금 등 금품 60만원까지 빼앗겼다.

당시 현장에는 범인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지문이 있었지만,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

용의자를 특정 못 한 이 사건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겨져 있었다.

10여 년이 난 지난 2012년 3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당시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보완된 지문판독 시스템으로 재검정을 한 결과 뜻밖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지문 2개가 절도 혐의로 수배를 받은 적 있는 손 씨의 오른손과 왼손의 지문 일부와 일치한 것.

이를 토대로 수사당국은 끈질긴 추적에 나섰지만, 손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맞섰다.

무려 4번이나 법원에서 손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를 찾느라 애로가 있었지만 결국 과학수사가 손 씨의 덜미를 잡았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노갑식 부장판사)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오락실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기소된 손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 혈흔 지문과 피고인 지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당시 피고인의 바지가 물에 젖은 것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유죄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12년간 자신의 범행을 은밀하게 숨긴 채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생활해왔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여지가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지검은 범인이 끝까지 유족과 합의를 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으로 고려하면 무기징역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