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상황은 긴박한데 푸틴의 침묵은 언제까지

푸틴 공개 언급 없이 조용…"조기대선 지켜보며 기다릴 것" 관측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성향의 야권이 권력을 잡고 조기대선전에 돌입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고위관리들이 우크라이나 의회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할 뿐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공개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는 정도만 전해진 상태다.

지역 경제통합체 형성을 통한 러시아의 영향력 재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크라이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초미의 관심사겠지만 푸틴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볼 때 러시아 고위관리들이 나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방 쪽으로 급속도로 쏠리는 것을 견제하고 있고, 푸틴은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우크라이나 정세를 지켜보며 향후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핀란드 국제연구소에서 EU의 동부 인접국 및 러시아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아르카디 모셰스는 블룸버그 통신에 "조기대선 결과는 미리 결정돼 있지 않고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후보가 이길 수도 있어 푸틴 대통령은 조기대선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가스 공급 줄을 쥐고 있는데다 활용 가능한 여러 압박 조치들을 갖고 있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에게 숙고할 시간을 벌어주는 요인이다.

이미 러시아는 15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급을 잠정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지원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무역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너선 이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 책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러시아의 주요 과제는 이제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에 가능한 많은 압박 수단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비자 취소와 무역제한 조치는 이전에도 활용돼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조지아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군사개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고 라이트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분열과 내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상당히 염려하기 때문에 조지아에 한 일을 반복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야권 주도 의회가 들어서자마자 러시아 의회 대표단이 크림반도를 방문해 병합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상태라 정국 상황에 따라 이 지역이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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