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와 같은 국제투자은행의 조세회피 작업

크레디트스위스, 미국인 2만2천명 조세 회피 중개

"잡지에 서류를 끼워 전달하고 비밀 엘리베이터에서 고객을 만나 일처리를 했다."

스위스계 국제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마치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미국 고객의 조세회피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상원의 상임 소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놓고 크레디트스위스가 2002~2008년 총 2만2천명의 미국 고객의 조세회피를 중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위원회가 지난 2년간 벌여온 조사의 중간 결과물이다.

소위원회는 14개의 투자은행을 조사 중이며 26일엔 크레디트스위스 건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보고서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미국 고객에 대한 '영업방식'은 마치 한 편의 첩보영화를 연상하게 했다.

이 은행은 취리히 공항에 지점을 열고 미국에 직원을 직접 보내 조세회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안해왔다.

직원들은 여행용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행 목적을 숨기는가 하면 고객과 만난 자리에서 주위 시선을 피하려고 계좌명세서를 잡지 사이에 껴서 전달하기도 했다.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관리하는 일을 대행한 것은 물론, 비밀 엘리베이터에서 고객을 만나 일을 처리하거나 각종 서류를 파쇄했다.

이에 모두 1천800명의 직원이 연루됐으며, 2만2천명의 미국 고객 계좌엔 한 때 최대 120억 달러(12조9천억원)에 이르는 돈이 들어 있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는 조직적인 행위"라며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러한 조세회피 중개를 일상적으로 벌여온 것 같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고객의 초국가적 거래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1억9천6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SEC와 지난주 합의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같은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 역시 지난 2009년 조세회피 중개 혐의로 미국 당국에 7억8천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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