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폐지'냐 '유지'냐…민주당의 이유 있는 줄타기

민주당 김한길 대표(왼쪽)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
“저는 오늘 민주당도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지 않겠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6일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다시 유보했다. 김 대표는 대신,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먼저’ 폐기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 이유라도 설명하라고 요구하며 공을 넘겼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정당 공천 폐지를 천명한 안철수 의원 측의 대표 회동 제안을 하루 만에 전격 수용했다. 민주당도 사실상 기초공천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간을 벌며 적절한 ‘출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기초공천 폐지를 논의하기로 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오는 28일로 활동이 종료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도 이를 대선 공약화하면서 기초공천 폐지는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공약을 뒤집으면서 오히려 민주당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상론’과 ‘우리만 공천을 안 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강하게 충돌하는 상황. 여기에 새정치를 표방한 제3세력인 안 의원 측의 선제적인 공천 폐지는 민주당의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당 대표의 고민이 매우 깊다”며 “현실론이 강하긴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 의제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새정치’ 명분을 선뜻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27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막판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폐지’든 ‘유지’든 당 차원의 결론을 내리고 오후에 의원 총회를 거쳐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최종 입장을 밝힌다는 복안이다.

현재로선 기초공천 유지에 무게가 쏠린다. 여당의 협조 없이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 없고, '민주당 간판’이 필요한 예비 후보자들을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당에서 내쫓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변수는 안 의원 측과의 회동이다. 안 의원은 이날도 “민주당은 낡은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새정치에 힘을 보탤 것인지 선택하라. 개혁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안 의원 측의 회동 제안을 수용한 것도, 결국은 기초공천 유지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의원의 손을 잡아야 공약 파기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온전히 덧씌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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