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계획' 후유증…현오석 또 '흔들'

박 대통령 '깨알리더십'도 도마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25일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 올린 초안이 박 대통령에 의해 무수히 첨삭되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9일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초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올리고, 보도유예요청(엠바고)을 한 뒤에 출입기자들에게 내용을 브리핑하고, 관련 자료도 제공했다.

하지만 담화문 발표 당일인 25일 아침까지도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기재부에서는 담화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알지 못해 청와대를 향해 안테나를 길게 뽑아 놓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41분에 걸쳐 읽어 내려간 담화문은 기획재정부에서 준비한 내용과 크게 달랐다. 15대 과제 100대 실천과제는 9대 과제 25개 실행과제로 대폭 축소됐다. 방대한 분량을 나열할 경우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모양새가 안좋게 된 것은 기획재정부와 현오석 부총리다. 사전브리핑에서 밝힌 내용들을 수정해야 했고, 현 부총리는 대통령 담화문 발표 이후 하려던 브리핑도 취소했다. 준비했던 내용과 많이 틀린데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에게 역정을 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가 배포가 돼 혼선이 빚어졌지만 청와대와 기재부간 갈등설의 실체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역정을 냈는지, 청와대와 기재부가 갈등을 빚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취임 1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빛을 바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재부가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담화문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에도 현오석 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3개년 계획 관련 정부합동 브리핑을 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것은 청와대와 기재부간에 손발이 안맞았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현오석 부총리의 경우 지난달 개인정보유출사태때 부적절한 발언으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전력이 있는데다, 이번에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컨트롤타워로서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A부터 Z까지 하나 하나 다 챙기려고 하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은 41분에 걸친 담화문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이 국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정부 부처에서 해야 할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얘기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또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과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들이 '병풍처럼' 둘러앉아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를 무표정하게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국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뜬금없이 통일준비위원회가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담화문에 통일준비위원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 대북문제에서 제목소리는 하나도 못해고 청와대에서 지시나 지침이 떨어지면 그대로 집행하는 '핫바지' 부처의 설움을 또 한번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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