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의견서 허위작성, 과연 '단순 실수'인가?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 법원에 낸 '검찰 의견서'가 허위사실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증거조작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거조작 의혹 사건'이 터진 지난 14일 이후, 국정원이 선양영사관을 통해 중국 화룡시 당국자로부터 피의자 유우성(33살)씨의 출입경 기록을 건네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면서 국정원이 건네받은 출입경기록을 첨부해 다시 외교부를 거쳐 중국 화룡시 당국에 "(국정원이 받은 출입경 기록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화룡시 당국으로부터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요지는 국정원이 먼저 출입경기록을 확보했고 이에 대한 사실여부는 검찰이 직접 외교라인을 통해 확인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월 3일 법원에 제출한 '검찰 의견서'에서 그같은 해명을 스스로 뒤집고 있습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검사는 이미 2013,12.5자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 유우성의 북-중간 출입경 기록의 입수경위를 밝힌 바 있다"고 전제 한 뒤

"반복하자면 대검찰청은 길림성 공안청에 대해 피고인의 출입경 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외교부를 경유하여 발송하였으며, 그에 따라 심양총영사관은 길림성 공안청에 대검찰청의 요청 내용을 공문으로 통보하였습니다.

이러한 절차가 진행된 후, 길림성 공안청 산하인 화룡시 공안국은 우리측 공관에 정보협력 차원에서 본건 출입경 기록을 제공하였으며, 대검찰청에 송부된 본건 출입경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 발급 경위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본건 출입경기록이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사실조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다시 외교부를 경유하여 화룡시 공안국에 발송하였고, 그에 대해 화룡시 공안국은 발급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는 공문을 회신하였던 것입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핵심 요지는 검찰이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처음부터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다는 겁니다.

이에대해 CBS노컷뉴스는 담당검사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검찰은 "담당검사의 단순 실수였다"며 '허위 의견서'임을 시인했습니다. 과연 이게 단순실수였을까요?

그렇다면 왜 검찰은 '허위 의견서'를 냈을까요? 남는 의문점 몇가지를 분석해봅니다

1.국정원 대신 대검찰청이 '주어'가 된 이유는 뭘까?

검찰은 의견서에서 "대검찰청에 송부된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며 대검찰청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직접 출입경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는데, 이 의견서는 출입경기록 문서의 진위 논란을 놓고 법정에서 공방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제출(2014년 1월 3일)된 것입니다.

따라서 검찰은 출입경 기록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국정원이 아닌 검찰이 공식외교라인을 통해 기록을 입수한 것처럼 '허위 의견서'를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록물 진위논란에 쫓긴 검찰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출입기록물의 입수 주체를 바꿨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명백히 재판부를 속인 행위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의견서에서 "(중략) 위와 같은 공문을 교환을 통해 그 진정성 및 발급 사실이 확인되어 있는 본건 출입경 기록의 입수경위에 대해 더이상 어떠한 설명이 가능한지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도 "국정원이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발급받은 것을 검찰이 직접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얻은 것처럼 거짓 의견진술을 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허위 의견서를 내놓고도 검찰은 간첩사건 공소유지에서 확인이 가능한 모든 행위를 다했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관련 민주당 진상조사단 정청래 의원이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현지 방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길림성 공안청에 요청했는데 출입경 기록물은 화룡시에서 제공?"

두번째 갖는 의문점은 검찰이 "길림성 공안청에 심양총사관을 통해 공문을 요청했는데, 화룡시 공안국에서 정보 협력 차원에서 출입국 기록물을 제공받았다"고 설명한 부분입니다.

왜 길림성 공안청에 요청했는데 출입국 기록물은 화룡시 공안국에서 나온 걸까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억지 의견입니다. 길림성 공안청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면 길림성이 해당 자료를 발부해야지, 성 하부에 있는 말단 지방자치단체가 출입국기록물을 발부했다는 건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서울시에 자료 제출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는데, 서대문 구청이나 서초 구청 등 하부 지자체에서 자료를 보내왔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길림성 공안청이 산하에 있는 화룡시 공안국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설명도 없습니다.

이 부분 또한 검찰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의혹 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 의견서는 해당 검사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소유지 과정에서 핵심 쟁점인 '출입국 기록물'에 대한 진위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사실과 다른 의견서까지 만들어내며 무리하게 소방수로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사실은 검찰 의견서의 허위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꿀먹은 벙어리로 있다는 겁니다.

범죄 사실규명을 생명으로 하는 검사가 '허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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