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공백 장기화…"참담하고 비통"

SK그룹, 수펙스협의회 기능 '강화'

최태원SK 회장 /송은석기자
최태원 SK 그룹 회장 형제의 상고심에서 실형이 확정되자 SK 그룹은 참담함과 비통함 속에서 향후 그룹 운영과 관련해 고민에 빠졌다.

27일 대법원 판결 직후 SK가 내놓은 반응은 '참담함과 비통함'이었다.

SK는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룹은 판결직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긴급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모든 CEO들이 이번 판결로 회장 형제의 경영공백 장기화가 본인들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대규모 신규사업과 글로벌 사업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정착 노력과 글로벌 신인도 제고 활동 등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중점을 둬 왔던 활동들이 이번 선고로 중단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CEO들이 안타까와 했다고 그룹은 전했다.


대신 모든 CEO들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고 고객과 이해 관계자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SK가 돼야 한다며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수펙스협의회에서 CEO들은 먼저 국내 금융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상황을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또 그룹 내부 구성원들의 움직임을 체크한 동요가 없도록 각 계열사별로 철저히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CEO들의 다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장부재'가 길어지게 된 SK는 일상적인 경영이나 관리활동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활동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나서 터키의 대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사업협력을 하기로 하고 양측이 합해 1억 달러의 공동펀드를 설립했지만 추가 사업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의 친분을 활용해 태국을 허브로 동남아 지역의 에너지 사업과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하는 건이나 물관리 사업에 SK텔레콤과 C&C 등이 IT 사업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올스톱'된 상태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SK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룹의 외형과 내실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었지만 이 역시 수조원 이상의 투자를 수반하는데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들이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신규사업가 글로벌 사업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그룹의 반응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대신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5년 '선경운영위원회'로 출발해 98년 이름을 바꾼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이노베이션 회장인 김창근 회장을 의장으로 6개 위원장들이 두달에 한번씩 모여 그룹의 일을 협의하는 SK만의 독특한 의사결정기구이다.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이슈에 집중하고 국내적인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CEO들이 모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조율하도록 했는데 최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까지 실형이 확정돼 공백이 장기화되게 됨에 따라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회장을 대신해 더 큰 힘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국내 경영관련 사안은 수펙스협의회가 조율하고 본인은 '글로벌 마케터'로 기능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이날 판결로 최 회장의 공석이 길어지게 됨에 따라 수펙스협의회가 그룹 안팎의 일을 챙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날 긴급 회의 이후 아직 공식적인 추가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향후 SK 그룹의 움직임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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