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앞세운 KBS 공격적 파일럿, MBC는 강호동+시트콤
가장 공격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한 방송사는 KBS다. KBS는 기존 ‘맘마미아’를 폐지하고 이 시간대에 방송인 유재석을 앞세운 신설 파일럿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를 방송할 예정이다. ‘나는 남자다’는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주기쁨 작가와 ‘출발 드림팀’의 이동훈PD가 의기투합한 프로그램. 무엇보다 지난 2010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이후 신설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없는 유재석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외에도 KBS는 방송인 박명수와 가수 정재형의 작곡 대결을 담은 ‘밀리언셀러’, 신동엽의 야외버라이어티 도전기 ‘미스터피터팬’, 연인관찰버라이어티 ‘두근두근’ 등 총 4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MBC와 SBS도 만만치 않다. 앞서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대대적 멤버교체를 단행한 MBC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폐지된 시트콤을 부활시킨다. 신설 파일럿 ‘사자동 사무소’는 드라마타이즈와 시트콤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MBC는 강호동을 앞세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스타와 팬의 관계를 그린 해당 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의 황선영 작가와 ‘우리 결혼했어요’의 황교진PD가 준비 중이다. 그간 절치부심했던 강호동이 출연을 결심했다는 점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는 신동엽과 김구라를 내세웠다. SBS판 ‘더 지니어스’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힐링캠프' 등의 기획자 최영인 CP와 '자기야' 등을 연출한 김영욱 PD가 준비 중이다. 이 외에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PD가 신설 ‘도시의 법칙’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 답사를 떠났고 박상혁PD는 ‘룸메이트’로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지상파 3사 동시변화, 왜?
지상파 3사의 이같은 변화는 케이블 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의 약진으로 하락한 시청률 및 채널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고 3년 동안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다. 주중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률 10%를 넘기는 프로그램은 SBS ‘정글의 법칙’이 유일하다. 특히 폐지가 결정된 KBS 2TV ‘맘마미아’를 비롯, SBS ‘심장이 뛴다’ 등은 5% 미만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 역시 10~15%사이를 오가고 있다.
빼앗긴 시청률은 케이블 및 종편채널에 분배됐다. Mnet ‘슈퍼스타K’나 tvN의 ‘꽃보다~’ 시리즈, ‘응답하라 1994’이 회자됐고 JTBC ‘히든싱어’, ‘썰전’, ‘마녀사냥’ 등도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MBN은 ‘아궁이’, ‘동치미’ 등 일명 ‘떼토크’ 프로그램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고 채널A는 이영돈PD를 내세운 ‘먹거리X파일’이 매 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국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톡톡 튀는 실험정신과 다양성, 그리고 다소 선정적인 화제성에 지상파 채널이 밀리면서 3사 예능 프로그램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명제 하에 올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재석과 강호동 등 톱MC들의 움직임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세금탈루 사건으로 잠정은퇴했다 복귀한 강호동은 MBC '무릎팍도사', SBS '맨발의 친구들'이 연이어 폐지되면서 예능 황제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황. 때문에 강호동은 심기일전하며 쏟아지는 기획안 중 심사숙고 끝에 MBC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연이어 2개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강호동이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강호동의 마음을 움직인 기획안이라는 점에서 MBC의 신설 예능이 기대된다"라고말했다.
여전히 톱MC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재석 역시 지난 몇년간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또다른 위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때문에 '나는 남자다' 출연' 자체 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재석은 특유의 신중한 성격 때문에 자신을 잘 아는 제작진과 종종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새로운 얼굴인 이동훈PD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세태에 변화하는 모습이 읽혀진다"라고 분석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 한국예능의 풍토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망과 관찰 예능 프로그램 붐이 불면서 한국예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라며 "이제는 유재석, 강호동만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신선한 기획과 꼼꼼한 연출, 그리고 시청자의 마음을 읽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할 때"라고 방송가의 시선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