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명예 얻은 '노예12년' 실익 챙긴 '그래비티'

노예 12년 작품상·그래비티 최다수상작…매튜 맥커너히 남우주연상 영예

제86회 아카데미상의 주인공은 '노예 12년'과 '그래비티' 두 작품이었다.

아카데미는 노예 12년에 작품상을 건냄으로써 미국적 양심의 손을 들어 주는 동시에, 감독상을 비롯한 7개 상을 몰아준 그래비티에게 최다수상작이라는 실익을 챙겨 줬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지막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의 제작진과 배우진 수십여 명은 무대에 올라 기쁨을 만끽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브래드 피트는 연출을 맡은 스티브 맥퀸 감독에게 수상 소감을 전할 기회를 양보했고, 맥퀸 감독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모든 사람은 살아갈 자격이 있다"며 "이 작품을 세상의 모든 노예, 그리고 노예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노예 12년은 극중 악덕 노예주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의 총애를 받는 노예 팻시를 연기한 루피타 니용고의 여우조연상과 각색상까지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노예 12년은 1841년 납치돼 12년간 노예로 산 흑인 바이올린 연주자 솔로몬 노섭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를 통해 1800년대 노예 수입이 금지된 미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던 인신매매를 다뤄 미국 역사의 어두운 면을 들춰냈다.
 
배우로서 상복이 없던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스티브 맥퀸 감독은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주연의 SF 영화 그래비티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른 쿠아론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놀랍고도 많은 것을 바꿔 주는 엄청난 경험"이라며 "함께 일한 분들이 많은 지식을 전달해 줘 훌륭한 영화가 나왔고,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인 쿠아론 감독은 2004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통해 할리우드 메이저 감독이 됐고, 2006년 '칠드런 오브 맨'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감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래비티는 감독상 외에도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까지 7개 부문의 상을 싹쓸이했다.

그래비티가 후보에 올라 수상이 불발된 것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미술상뿐이다.
 
600㎞ 상공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절대자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그래비티는 마찰력 없이 극대화된 관성의 법칙에 따른 우주인의 유영, 폭발음 없이 고요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우주선들의 모습 등을 통해 경이로운 우주표류 체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조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왼쪽)와 자레드 레토
미국의 차세대 대표 배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에게로 돌아갔다.

맥커너히는 '아메리칸 허슬' 크리스찬 베일, '네브라스카' 브루스 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노예 12년' 치에텔 에지오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연기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는 맥커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30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에이즈 환자 론 우드로프 역을 위해 20㎏의 체중을 감량하는 등의 노력으로 물오른 연기감각을 선보였다.

맥커너히의 행보는 톰 행크스와 여러 부분 겹쳐진다. 20여 년 전 '필라델피아'(1993)에서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톰 행크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점에서, 올해 주연상을 받은 맥커너히도 배우로서 새로운 길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극중 트렌스젠더이자 에이즈 환자로서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자레드 레토가 남우조연상을 받아 남자 연기상을 휩쓸고, 분장상까지 더해 3개 부문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긴 월트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예상대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으며, 화려한 미장센을 자랑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는 의상상과 미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아메리칸 허슬'은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하 각 부문 수상작

△작품상 - 노예 12년

△남우주연상 -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주연상 - 케이트 블란쳇(블루 재스민)

△남우조연상 - 자레드 레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조연상 - 루피타 니용고(노예 12년)

△감독상 -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각본상 - 허

△각색상 - 노예 12년

△촬영상 - 그래비티

△미술상 - 위대한 개츠비

△의상상 - 위대한 개츠비

△편집상 - 그래비티

△음향상 - 그래비티

△음향편집상 - 그래비티

△시각효과상 - 그래비티

△분장상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음악상 - 그래비티

△주제가상 - 겨울왕국

△외국어영화상 - 더 그레이트 뷰티

△장편애니메이션상 - 겨울왕국

△장편다큐멘터리상 - 트웬티 피트 프럼 스타덤

△단편영화상 - 헬륨

△단편다큐멘터리상 - 더 레이디 인 넘버 식스

△단편 애니메이션상 - 미스터 허블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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