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쟁에 분노만"…아프간대통령, 美정부 성토

카르자이, WP 인터뷰서 "美안보와 서방 이해관계 위한 전쟁" 주장

올해 임기가 끝나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년의 전쟁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미국 정부에 대한 분노뿐이라며 미국 정부를 향한 '극한의 분노'를 쏟아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3일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아프간 국민들은 "우리 것이 아닌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는 이례적으로 감정적인 태도로 그간 자신이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맹렬히 비판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WP는 전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미국 신문과 인터뷰한 것은 2년 만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안보와 서방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 관리들과 지도자들의 성명을 주의 깊게 보면, 그들은 '미국의 전쟁'이라고 하지 '아프간의 전쟁'이라고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들을 집무실 밖으로 안내하면서 "미국인들에게는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과 감사를, 미국 정부에는 나의 '극한의 분노'를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WP는 밝혔다.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작전 과정에서 자국민의 인명피해를 목격하고는 깊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전했다. 미국이 파키스탄 내 탈레반 근거지 소탕에 충분히 관심을 쏟지 않는 것에 대한 배신감도 내비쳤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알카에다와 싸우고자 이곳에 왔고 아프간인들도 여기서 공통적인 명분을 찾았다"면서 "인명피해와 탈레반 은신처에 대한 관심 부족 탓에 이 명분은 약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국 내 알카에다 잔존세력에 대해서는 "나에게 알카에다란 현실이라기보다 '신화'에 가깝다"며 "그들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소탕했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다.

자신이 미국을 대놓고 비난한 것은 "공개적으로 발언해 관심을 끄는 것 이외에는 의지할 다른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친미정책을 써 한때 탈레반으로부터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미군의 민가 공습 중단,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정 지원 등을 요구하며 작년 11월 타결한 미국과의 안보협정(BSA)에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안보협정은 올해 말 미군 위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예정대로 아프간을 철수하고 나서도 일정 규모의 미군 등 외국군을 주둔시키는 내용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내 후임자와 서명하는 것은 그들에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 공습으로 얼굴 대부분을 잃은 4세 소녀를 만났을 때가 "내 임기에서 최악의 날이었다"고 소개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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