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 위기넘긴 우크라 사태 어떻게 전개될까?

중앙정부-동남부, 러-서방 협상 속도낼 듯

'최대 고비를 넘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충돌 위기로까지 치닫던 우크라 정국 위기가 일단 '강경 대치'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대 파견 계획이 없음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던 군부대의 원대 복귀를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가 분리주의 움직임을 보여온 동남부 크림 자치공화국은 물론 러시아와도 협상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도 우크라이나·러시아 등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위기 해결을 위해선 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크림 자치공화국을 비롯한 동남부 지역 간 타협이 급선무다. 친서방 성향의 기존 야권 세력이 키예프의 중앙 정부를 장악했다고는 하나 이들에 반발하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 동남부 지역의 저항 분위기를 누그러트리지 않고선 국가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양측의 협상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림 자치정부는 여전히 중앙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중앙 권력 내부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갈려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존 주요 야당이 중심이 된 비둘기파는 동남부 지역과의 조속한 타협을 원하지만 극우민족주의 세력이 이끄는 매파는 분리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매파의 극단주의적 돌발 행동 가능성은 정국을 뒤흔들 잠재 위험 요소다.

오랜 역사에 걸쳐 형성된 동남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 간 갈등과 불신의 골도 신속한 타협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는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러시아계 주민이 많다. 반면 서부는 대부분 주민이 우크라이나계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자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러시아보다 유럽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종교도 차이가 난다. 동부 지역 주민들이 주로 동방정교의 일파인 러시아 정교를 믿는 반면 서부 지역에서는 교황을 수장으로 인정하면서도 동방 정교의 전례를 따르는 우크라이나 가톨릭이 주류다.

동부는 18세기에 러시아 제국에 합병된 이래 러시아의 오랜 영향을 받아왔으나, 서부는 16세기 말부터 수백 년 동안 폴란드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의 지배를 받다가 2차대전 이후에야 소련에 합병됐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정치·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지역이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무력 충돌과 혁명적 정권 교체 이후 단시간에 화해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선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는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던 동남부 지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옛 집권당인 '지역당' 인사들과 동남부 지역 출신 인사들을 과도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정치 세력과 지역 대표들이 참여하는 거국 내각 구성은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기존 야권 지도자들이 지난달 21일 서명한 정국 위기 타개 협정 합의 사항 이행을 주장해온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중앙 정부 측에서 크림 자치공화국을 포함한 동남부 지역의 자치권 확대 요구를 상당 정도 수용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크림 공화국이 오는 3월 30일 실시하겠다는 공화국 지위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도 그것이 크림의 완전한 독립이나 러시아 합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한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5월 25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을 새 집권 세력은 물론 기존 정치 세력, 동남부와 중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정한 선거로 치르겠다는 약속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가로 동남부 지역이 더이상 분리주의 시도를 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잔류를 약속하면서 양측이 정국 위기 돌파를 위한 향후 로드맵에 합의하는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행히 이같은 타협이 성공한다고 해도 조기 대선 과정이나 이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과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내각과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유력한 만큼 대선 이후 치러질 조기 총선도 격전의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일련의 정치과정에서 친서방과 친러 세력 어느 쪽이 최종 승자가 되든 정국 위기의 근본원인이 됐던 국가 발전 방향 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친서방 세력이 최종 승자가 될 경우 한동안 중단됐던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재추진에 나설 것이고 친러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면 푸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옛 소련권 경제연합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가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야당 진영이 또다시 집권 세력의 정책에 반발하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서방과 러시아 어느 쪽도 아닌 '제3의 길'을 선택하기엔 친서방 진영의 EU를 향한 열망이 너무 강하고, 친러 진영의 러시아와의 관계도 너무나 뿌리깊고 폭넓어 보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서로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EU와 러시아의 세력 다툼도 치열할 것으로 보여 우크라 정국 안정에 대한 희망을 더 흐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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