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부모가 고교 수업료 내줄 의무없어"(종합)

18세 가출 여고생, 부모 상대 소송서 패소

미국 뉴저지주 가정법원은 4일 대학 진학을 앞둔 여고생(18)이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급하라며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ABC뉴스와 뉴욕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법원이 부모가 딸의 고교 수업료를 내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뉴저지주 사립학교인 모리스 가톨릭 고교에 다니는 레이철 캐닝은 부모가 고교수업료와 대학교 등록금 지급을 거부했으며 18세가 된 작년 10월 링컨 파크에 있는 집에서 자신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레이철은 소장에서 부모가 능력이 있음에도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거부했다며 5천306 달러의 고교 수업료 외에 생활비, 교통비와 대학 등록금을 대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부친인 숀 캐닝은 딸이 스스로 집을 나갔으며 귀가시간 엄수와 같은 집안 규율을 지키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그는 "사립학교, 새 차, 대학교육 같은것은 모두 한 가족으로 지낼때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철은 현재 12학년(한국의 고3)이며 내신은 평균 3.5점으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피터 보거드 판사는 레이철의 고등학교 수업료를 가족이 지급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는 한편 대학 등록금 지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또 내달 22일 심리를 속개할 것이라며 양측 모두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재판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는 레이철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을 것임을 시사했다.

보거드 판사는 "자식이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다가 가출하고서는 뒤돌아서 '앞으로 매주 내게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공공정책에 관한 문제인데 자칫 부적절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서 숀 캐닝의 변호인은 "부모는 장녀인 레이철이 가족으로 함께 지내는 것보다 소송을 더 좋은 대안으로 선택한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결코 딸을 내치거나 학대하지 않았으며 집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레이철은 가출한지 5개월 만에 법정에서 처음으로 부모와 만났다.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레이철의 변호인은 "그녀는 집안에서 학대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18세가 된 딸이 부모를 상대로 학비와 용돈 지급을 청구한데 대해 가정관련법 전문가인 스티브 민델은 "매우 이례적인 소송"이라고 말했다.

레이철은 가출 이후 친구 집에서 지냈으며 변호사인 친구 부친이 소송비용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철 친구의 부친은 현재 1만3천 달러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레이철의 부모가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뉴저지주 경찰서장 출신인 레이철의 부친은 "딸이 돌아오면 가족의 아픔은 치유될 것"이라며 "딸이 나쁜 곳으로 가도록 조종받고 있는 것 같아 고통스럽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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