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유죄?'…제2의 힐러리, 동정론 속 본선행

'제2의 힐러리'로 불리는 웬디 데이비스(민주) 미국 텍사스주 상원의원이 도덕성 논란 속에서 첫 관문을 가볍게 통과했다.

데이비스는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텍사스 민주당 주지사후보 경선에서 레이 매드리걸을 누르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대 공화당 후보는 보수 강경파 티파티가 미는 그렉 애보트 전 텍사스주 검찰총장이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6월 텍사스주 의회에서 11시간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연설로 공화당의 낙태제한법 처리를 저지해내며 단숨에 차세대 반열에 오른 '깜짝 스타'였다.


10대 때 낳은 아이를 혼자서 키워낸 '억척 싱글맘'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세대 여성의 롤모델로까지 불리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지난 1월 자수성가라는 인생 스토리가 상당 부분 과장, 미화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딸의 양육을 남편에게 떠넘기다시피 했고 독학이 아닌 남편의 도움으로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잘 나가는 변호사와 상원의원을 만들어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운 것이 이혼사유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지 유력지인 댈러스모닝뉴스의 과거사 폭로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지만 데이비스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신발끈을 졸라맸다. 단지 여자란 이유로 가혹한 도덕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 여론이 마음을 고쳐먹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와 여성들 사이에선 "남자 정치인에겐 별것도 아닌 일을 갖고 문제 삼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실제로 미국에선 여성편력과 이혼으로 물의를 빚은 남자 정치인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사생활이란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두 번이나 이혼한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암 투병 중인 아내에게 이혼 서류를 들이밀었고,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교통사고로 불편한 몸이 된 아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18살 연하의 부잣집 딸과 결혼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비서와 간통해 혼외자식을 낳고 그 과정에서 선거자금을 빼돌리는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중 백악관에서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이 들통나 탄핵위기에까지 몰렸으나 지금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추앙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클린턴은 부끄러운 과거를 잊어버린 듯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아내 힐러리를 위해 왕성한 정치활동을 펴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데이비스가 뻔뻔한 남자 정치인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데이비스가 동정론을 등에 업고 있지만, 이것이 도덕성 문제를 떨쳐내고 본선 승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동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텍사스는 1994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가 된 이후 20년간 공화당 주정부가 이어질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보수색이 짙은 곳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데이비스가 가톨릭 신자가 많은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완전히 틀어쥘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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