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유튜브·페이스북 차단' 발언 파문(종합)

터키 총리가 최근 자신의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유튜브에 잇따라 공개되자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6일(현지시간) 밤 민영방송인 ATV와 A하베르가 공동으로 생방송 한 인터뷰에서 오는 30일 지방선거를 치른 다음 인터넷의 부정적 문제에 추가 조치를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30일 선거 이후에 우리는 다른 조치를 할 것"이라며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지목하고 "우리는 이런 기업들에 국가가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접속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차단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통신교통부 뤼트피 엘반 장관도 "지금처럼 총리가 모욕당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에르도안 총리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이미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해 야당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정부의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6일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의하면 통신청(TIB) 청장은 사법절차가 없어도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해 인터넷주소(URL)를 차단할 수 있으며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는 자료를 2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터진 '비리 스캔들' 이후 총리와 장관 등의 부패가 드러난 수사자료와 감청파일 등이 대거 폭로됐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 부자가 거액의 비자금을 은폐하는 내용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후 연일 총리의 뇌물 수수와 권력 남용 등과 관련한 감청자료가 공개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달 25일 공개된 녹음파일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트위터에서 빠르게 확산한 것을 두고 "'로봇 로비'가 터키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리사건 수사와 감청자료 폭로의 배후로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페툴라 귤렌을 지목하고 비난했다.

다만 총리를 감청한 파일의 폭로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하람자델레르'와 '바시찰란'이란 가명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하람자델레르는 '죄인들' 또는 '도둑들의 아들들'이란 뜻이며 바시찰란은 '도둑 두목'(prime thief)이란 뜻으로 '바시바칸'(총리, prime minister)을 풍자한 것이다.

터키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전날 총리의 인터뷰가 방송된 이후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간지 자만은 총리의 발언을 조롱하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며 유명 저널리스트인 아슬르 아이든타시바시는 "고맙게도 그는 트위터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압둘라 귤 대통령은 "그것들(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차단하는 것은 안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귤 대통령은 "우리는 항상 국민의 자유를 향상시키는 개혁을 이뤄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정부 개혁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터키는 지난 2007년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독하는 영상을 올렸다며 처음으로 유튜브 접속을 금지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유튜브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여름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시위대가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소설미디어는 말썽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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