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김연아 장사, 도가 지나쳐"

김연아 선수. (자료사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8일 (토) 오후 6시
■ 진 행 : 윤지나 기자
■ 출 연 :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 윤지나> 피겨퀸 김연아 선수, 은퇴했어도 여전히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적인 스타이다 보니까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요. 그런데 좀 과장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으셨나요? 오늘은 김연아 선수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동호> 네, 안녕하세요.


◇ 윤지나> 김연아 선수, 열애설이 보도되면서 지난 이틀간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는데요. 김연아 선수 소속사가 열애설을 보도한 디스패치라는 매체에 대해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혀서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죠?

◆ 최동호> 네, 연애전문 언론매체죠. 디스패치가 지난 6일 김연아 선수 열애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열애설 직후부터 사실과 다른 억측, 남자친구로 알려진 아이스하키 선수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지면서 김연아 선수 측에서 사실과 다른 악성댓글, 보도내용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김연아란 이름이 들어가면 장사가 된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거다, 이런 건데요. 그런데 일부 언론은 좀 더 색다른 내용, 좀 더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을 찾다보니까 언론의 윤리를 망각한 채 사실과 다른 무리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거죠.

◇ 윤지나> 이번에 터진 열애설과 관련해서도 보기에 좀 불편한 내용들도 있었어요.

◆ 최동호> 맞습니다. 예를 들어서 윤지나 기자가 연애를 한다,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누구랑?” 이런 것이겠죠. 이번에도 “김연아가 연애를 한대”라고 하면 “누구야? 어떤 남자야?”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되겠죠. 그래서 ‘연아의 남자’, ‘여왕의 남자’가 언론의 포커스였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기사를 써도 되는지, 참 부끄러운 기사와 제목이 많이 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빛내주려고 그런 건지는 몰라도 김연아의 상대가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라고 해서 은근히 폄하하는 뉘앙스의 기사가 많이 있었거든요. 사진보니까 잘 생기고 멋있다는 느낌이 드는 청년인데요. 왜 굳이 ‘아이스하키는 부유층 자제가 하는 종목인데, 김연아의 남친은 평범한 가정출신이다’ 라는 식의 내용을 써야 되는지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남자 친구, 제가 보기엔 부족할 것이 없거든요. 아이스하키 하면서 국가대표까지 하고 있고,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인데 하루아침에 평범한 집안인 것이 흠이 되버린 것처럼 느껴져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 윤지나> 그러고 보면 이번 뿐만이 아니라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김연아 선수와 관련해서 대형 오보 사건이 몇 번 있었죠?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이 똑같은 오보를 냈었는데요.

◆ 최동호> 네,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판정이 문제가 됐었죠? 대부분의 언론이 제시한 편파 판정의 근거는 해외 언론의 보도내용이었습니다. 이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인데, 여기에 애국주의와 상업주의 코드가 가세한 거죠. 애국주의 상업주의라는 단어를 쓰니까 좀 근사해 보이는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돈 벌겠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김연아 기사를 막 써댄겁니다. 모든 국민이 김연아의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니까 언론이 더 앞장서서 ‘편파판정이다, 억울하다’ 하는 국민감정에 불을 붙인 거죠. 그래서 또 집단오보 사태를 빚었잖아요? 대표적으로 ‘편파판정에 대해서 심판이 양심선언했다’ 라는 보도가 있었죠. 대부분의 언론이 똑같은 내용을 받아썼는데요. 이것이 다 오보였다는 얘기죠. USA투데이의 보도를 오역했다는 얘기인데요. 제가 보기엔 USA투데이 원문을 보면 오역할만한 대목이 전혀 없었습니다. USA 투데이는 팩트의 소스를 ‘심판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제보자’라고 분명히 밝혔고요. 인터뷰 내용도 새로운 팩트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내용의 반복이었거든요. 이걸 가지고 심판이 양심선언을 했다고 쓴 것은 절대 오역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양심선언’이라는 단어를 창작해서 갖다 붙인 겁니다. 나머지 언론들도 USA투데이의 원문을 확인도 안하고 ‘심판 양심선언’이라고 하니까 대형 이슈라고 지레 짐작하고서 그냥 다 베껴 쓴거죠.

◇ 윤지나> 저도 한 가지 생각나는게 있는데요.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대한민국이다”라는 문구를 넣었던 광고가 지나친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서 광고가 중지되는 일도 있었죠?

◆ 최동호> (웃음)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세워서 광고를 하면서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라는 광고 문구를 넣었다가 도중에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죠. 김연아 띄우기, 김연아 찬가도 모자라서 김연아 선수에게 ‘대한민국이다’ 라는 이미지를 덧씌운건데요. 평소에 얼마나 김연아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연아 선수의 승리가 대한민국의 승리이고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대한민국의 금메달이다,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다 라는, 개인이 아닌 국가로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광고까지 등장했었죠. 또 김연아선수에게 유리한 거면 뭐든지 다 보도를 하다보니까 해외의 이름 모를 블로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유명 저널리스트가 칼럼을 썼다는 식으로 인용해서 보도했다가 다시 정정되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부끄럽고 또 위험한 일입니다.

◇ 윤지나>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올림픽 때마다 반복되는 애국주의, 국가주의, 상업주의 저널리즘이 매번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냈죠?

◆ 최동호>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평소에 애국자이고 국가주의자이냐?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오보를 내고 이런 기사를 쓰느냐? 고민하지 않고 쉽게 기사를 쓰다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는데요. 김연아 선수가 국민적 응원을 받고 있으니까 여론에 편승해서 기사를 쓰는 게 가장 쉽고 안전하다는 얘기죠. 여기에 언론사는 언론사 나름대로 클릭수를 높이는 기사를 생산해야 하니까 기자들에게 김연아 관련 기사를 자꾸 쓰라고 압박하게 되고요.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생각과 관점들을 모두 다 써냈는데, 또 쓰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리한 기사를 억지로 만들어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여론에 편승하게 되고 일방향으로만 모든 것을 몰아가는 기사가 쏟아지게 되는 겁니다. 맹목적인 애국주의나 국가주의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일방향으로 여론이 몰아치게 되면서 국민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집단적인 환상에 빠지게 되거든요.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이 대두되면 항상 공공의 적을 만들어내고 공격하는 쪽으로 집단 환상의 에너지를 표출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죠. 일본의 아베정권 극우세력들이 바로 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져서 집단 환상에 도취돼있지 않습니까? 언론은 여론을 주도하고 또 아젠다를 설정하기 때문에 이런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집단주의, 국가주의는 반드시 경계해야 됩니다.

◇ 윤지나>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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