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뽑고 '룰' 정하니…스텝 꼬이는 새누리

후보 따라 지역 따라 … '고무줄 룰' 로 변질된 상향식 공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 후보 경선 규칙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선수'가 먼저 나오고 '룰'을 나중에 정하다보니, 어떤 선수에 맞춰 룰을 정할지 당 지도부가 갈팡질팡 하는 모양새다.

먼저 출전한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정하려고 룰을 만드는 지도부에 강하게 건의를 하고 있다.

이른바 지도부에 의해 '차출'된 선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먼저 출전한 후보들보다 지역구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자신을 보낸만큼 "챙겨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룰을 정하려는 지도부 입장으로선, 먼저 나온 후보들의 불만을 최대한 줄이면서 차출한 선수들도 최대한 챙겨야 하는 곤란한 상황.

지도부는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원칙'은 지키되 일부 지역에 예외를 두자는 '예외론'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의 현행 당헌 당규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대의원과 당원, 국민선거인단, 여론조사를 각각 2:3:3:2의 비율로 반영하는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이 없는 등 조직기반이 약한 취약지역에 한해 100%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그런데 지난 7일 새벽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차 회의에서 '당원을 무더기로 입당시켜 당심(黨心)이 왜곡될 소지가 있는 일부 지역이나, 후보자 간 지지율이 박빙이라 경선이 과열된 지역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선출하도록 예외를 허용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도부가 차출된 후보 측에 치우쳐 룰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당심 왜곡 지역으로는 제주·울산·인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이 모두 지도부가 후보들을 차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차출한 원희룡 전 의원(제주), 김기현 정책위의장(울산),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인천) 등을 배려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략 공천'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중앙 무대에서 정치를 해 여론조사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역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100% 여론조사 경선이 유리하다.

반면, 서울과 경기에서는 경선 흥행을 위해 30% 국민선거인단 비율을 대폭 늘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선에서 당원·대의원 비중이 줄어들게 돼 당협위원장 장악력이 떨어지는 김황식 전 총리를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총리 역시 지도부가 설득해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이를 겨냥한 듯 "상식에 맞게 해야 한다. 혼나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후보 따라 지역 따라, 룰이 다른 '고무줄 룰'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공천 룰'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도부는 원칙적 상향식 공천을 재천명했다.

황우여 대표는 7일 일부 당직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취약지역이 아닌 이상 여론조사 경선만으로 실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 전면 도입은 아래로부터의 '정치 혁명'이고 당 쇄신과 정당 민주화의 '새로운 도약'(2월 24일 최고위원회의)"이라고 했던 황 대표의 상향식 공천 선언은 이미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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