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사고기, 왜 SOS도 없이 사라졌나...무슨 일이?

엔진 고장·조종사 실수·테러 등 설 분분…잔해가 1차 실마리 될 듯

8일 남중국해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200 여객기가 사고 직전 구조 신호조차 못 보낸 사실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어떤 일이 일어났든 워낙 사태가 급박해 조종사들이 신호를 보낼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진상을 밝혀줄 초기 단서는 바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체 잔해의 크기다. 잔해가 수십㎞에 걸쳐 넓게 퍼져 있으면 비행기가 공중 폭파됐다는 근거가 돼 폭탄 테러나 대규모 기체 파손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잔해 규모가 작다면 비행기가 멀쩡한 상태로 추락하다 바다와 부딪치면서 부서졌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1995년 도입된 보잉 777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이전에는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고 기록이 아예 없었다.

또 이번 사고는 보기 드문 경우다. 비행기는 흔히 이착륙 중 사고가 생긴다. 이번처럼 고공비행 도중 치명적 문제가 생긴 경우는 보잉이 집계한 민항기 사고 통계 중 9%에 불과하다.

추측할 수 있는 사고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조종사의 방향 감각 상실


사고기 조종사들이 오토파일럿(자동항법장치)을 끈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수동으로 기체를 몰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처럼 정상 궤도를 이탈하면 레이더에 문제가 금세 포착된다. 방향 감각 상실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작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 엔진 고장

보잉 777은 두 날개에 엔진이 한 개씩 달린 쌍발기다. 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

실제 2008년 1월 런던에서는 영국항공 소속 보잉 777기가 착륙 직전 두 엔진이 모두 멈춰 땅에 부딪혔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단 엔진이 몽땅 고장 나도 비행기는 최장 20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그 사이에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폭탄·납치 테러

항공기 폭탄 테러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8년 팬아메리칸 항공 소속의 보잉 747기 사례다. 리비아가 숨겨놓은 화물 폭탄이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터져 승객과 승무원 259명 전원이 숨지고 기체 파편에 스코틀랜드 마을 주민 11명도 사망했다.

항공기 납치 후 추락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1년 9·11 테러 때처럼 테러범들이 조종석을 점거하고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그 밖의 요인은

조종사가 자살행위처럼 일부러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1990년대 2건의 항공사고에서 이런 의혹이 있었다.

군의 폭격도 사고 요인이 될 수 있다. 1983년 대한항공 보잉 747기는 소련 영공을 침범한 적기로 오인돼 소련 공군에 의해 격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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