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향하는 증거위조사건…'朴 침묵' 언제까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사실조회 신청 답변서'가 2심 법원에 제출된 지 한달이 가까워 오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 조사를 받은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 모 씨가 "가짜서류 제작비는 1000만원"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이 증거 조작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정원이 김 씨의 증거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피의자의 유죄를 확정하기 위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증거자료를 제출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국정원은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공수사권까지 경찰에 내줘야 할 판이다.

이 사건이 국정원에 아주 위협적인 것은 '댓글'에서 촉발된 대선개입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정권들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치불관여 등 '셀프개혁'을 추진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공수사라인은 물론 대공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2차장과 남재준 국정원장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국회를 통과한 상설특검법에 따른 1호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야권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100일도 안남은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기로 하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야권 통합신당 공동추진단장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이 민주주의와 사법질서를 뒤흔들며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한 점 의혹없는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기가 버거운 모양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국정원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하는 만큼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도리이고 순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의 이런 입장에 호응이라도 하듯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을 가지고 국민적 의혹이 한 점 남지 않도록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난공불락의 요새임이 확인된 국정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하에서 검찰이 국정원에 칼을 정면으로 겨누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고 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만기친람', '깨알리더십'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 선거개입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일에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하기로 한 데 대해 '새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데서 시작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증거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침묵속에 국정원도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지만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등 사태의 본지을 호도하고 진정성에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국정원은 "중국의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한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되고 있어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사과는 겉치레로 국정원도 증거위조의 피해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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