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시장, 사이버 해킹에 취약...해커에겐 '금광'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첨단 IT기술과 의료가 결합된 원격의료(telemedicine)산업이 해킹에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관련 정보는 개인신용은 물론 보험증권 정보 등 '알짜 정보'를 담고 있어 해커들이 더욱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보도했다.

실제 미국의 신용도용범죄정보센터(Identity Theft Resource Cent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자체 수집한 약 5백만 명에 달하는 헬스케어 관련 정보 중 총 267건의 데이터침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백만 명 미만의 금융관련 정보 중 '불과' 23건의 데이터침해 사고가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의료관련 정보에 대한 해커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 도난과 유출사고 건수는 2005년 이후 300%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紙는 "미국의 의료업계가 효율성과 진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인터넷과 융합된 원격진료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병원 컴퓨터와 의료장비가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또 보안전문가의 말을 빌어 "해커들은 환자의 진료정보에 기반한 개인정보 탈취는 물론 디지털화된 병원시스템을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해킹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정보보호 전문기관인 SANS가 지난 달 19일 발표한 '의료산업에 대한 해킹위협 진단'(SANS Health Care Cyber Threat Report)>보고서에 따르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SANS의 수석애널리스트와 의료전문가인 Barbara Filkins가 공동으로 작성한 동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분야는 해킹에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비한 사이버보안 전략과 통제 시스템 개발이 현저하게 뒤처져 있다"고 강조했다.

SANS는 사이버보안솔루션 기업인 Norse와 함께 조사를 진행했고 2012년 9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의료서비스 제공기관과 협력업계, 의료보험업계, 서비스 결제기관, 제약업계 등 연관 업계의 데이터 보안성을 점검했다.

그 결과 의료서비스 제공기관이 전체 악성 트래픽의 72%를 차지해 가장 심각한 해킹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의 한 의료장비 기업이 조사 기간 중 상당한 비중의 악성 트래픽을 기록해 의료장비를 겨냥한 해킹 공격의 잠재적 위험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며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한 대한의사협회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현재 대한의협은 원칙적으로 포괄적 의미의 원격의료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대면진료를 대체하고 전자처방전 발행을 허용한 원격진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원격진료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소위 대면진료를 원격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대체하고 전자처방전을 발행하는 협의의 의미를 갖고 있다.

외신정보 컨설팅기업인 코비즈미디어가 원격의료에 대한 글로벌 현황을 모니터한 결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비롯해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신흥 아시아시장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농촌 지역 등 지리적 특성으로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은 원격의료 시스템이 최상의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법 개혁안에 따라 제한된 의사인력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보완책으로 원격의료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의대협회에 따르면 2020년께 미국은 9만 1,5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플로리다州는 의사들이 라이선스 발급이 된 州지역에 상관 없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 진흥법(Telemedicine Act)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플로리다 원격의료 진흥법 도입에 대해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를 보면,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0%가 다른 지역 의사들의 원격 진료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서베이 결과는 Modern Health Care에 실렸다.

특히 대형유통매장을 타겟으로 한 대규모 신용정보 유출사고를 겪은 미국에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로 진료 정보 등 민감한 프라이버시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격의료 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시스코가 미 원격의료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환자들의 70%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휴대폰 동영상 등 IT기술에 기반한 원격진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세는 거침없어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원격의료서비스 지출규모는 올해 2억 4천만 달러에서 2018년까지 22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중반에 도입된 원격의료 서비스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10년 간에 걸쳐 약 천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미 원격의료협회(ATA)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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