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가 친정부 성향 언론기업 실소유주"

"총리, 머리기사 지시…정보기관의 자료도 제공"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친정부 성향의 언론기업의 실소유주임을 보여주는 감청 자료가 공개됐다고 터키 일간지 자만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만은 에르도안 총리와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락이 투르쿠바즈 미디어그룹 인수를 논의하는 통화에서 이 그룹의 실제 소유주는 에르도안 총리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간지 사바흐와 민영방송 ATV 등을 보유한 이 그룹은 친정부 성향을 보여왔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비날리 이을드름 전 교통부 장관은 이 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기업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비밀 작업을 수행했으며 에르도안 총리와 사위는 속칭 '바지사장'으로 내세울 인물을 논의했다.

알바이락은 총리에게 이런 방식으로 ATV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다른 주주와도 이런 조건을 규정한 협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바이락은 카타르 기업은 이 그룹의 지분율 25%만 인수할 계획으로 에르도안 총리가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카타르로 가서 대면 협상을 해야 한다며 2주 안에 카타르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지난달 5일 이 그룹을 인수하는 자금을 마련하고자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에 따라 이을드름 전 장관이 2개월 동안 기업인 8명으로부터 6억3천만 달러(약 6천800억원)의 뇌물 조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녹음파일도 최근 에르도안 총리의 전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을 잇따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하는 '바시찰란'(도둑 두목)이란 트위터 이용자가 공개했다. 바시찰란은 이 녹음파일은 에르도안 총리와 각료, 일부 기업인들이 연루된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자 합법적으로 감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만은 전날 유출된 다른 감청 파일에서는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 에르도안, 사위 알바이락 등에게 친정부 성향의 신문 머리기사를 지시하는 대화가 녹음됐다고 보도했다.

빌랄 에르도안은 총리와 통화에서 검찰의 비리사건 체포 작전 다음날 매부인 알바이락과 그의 형 세르하트 알바이락을 만나 신문 1면 기사의 제목을 논의했다며 총리의 재가를 요청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12월 17일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52명을 뇌물 등의 혐의로 체포했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이 이 작전의 배후라고 비난했다.

귤렌의 지지세력인 '히즈메트 운동' 회원들이 검·경에 대거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이들이 국가 안에 별도의 정부(평행 정부)를 구축해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통화에서 빌랄 에르도안은 "우리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들이(히즈메트 운동)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바이락 형제와 논의한 제목의 예로 '설교자 로비' 등을 제시했으며 투르쿠바즈 그룹 소속 신문사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히즈메트 운동을 비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에르도안 총리는 아들에게 그렇게 해도 좋다고 답하고 아들의 요청에 따라 국가정보국(MIT)이 작성한 히즈메트 운동 관련 자료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터키는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2014년 언론자유지수'에서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154위를 기록해 이라크보다도 한 단계 낮았다.

최근 터키 5대 일간지인 하베르튜르크의 파티흐 알타일르 편집국장은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압력이) 매일 비가 쏟아지듯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 터키 언론의 품위는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있다"며 정부의 언론탄압 실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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