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피녜라 대통령 "책임 완수하고 떠난다"

퇴임 앞두고 마지막 TV 연설…지지율 50%로 임기 마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TV 연설을 했다.

10일(현지시간) 칠레 언론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은 임기를 이틀 앞둔 전날 TV 연설에서 "책임을 완수하고 떠난다"며 4년간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맡겨진 책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기쁨을 느끼며 정부를 떠난다"면서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게 임기를 마치게 됐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 2010년 2월 말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어려운 시기에 정부를 맡았으나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임금 인상, 빈곤 감소, 사회적 불평등 완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피녜라는 2009년 12월1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2010년 1월17일 결선투표에서 51%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했다. 피녜라는 같은 해 3월11일 우파 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칠레 민주주의 회복 이후 20년간 계속된 중도좌파 집권 시대를 끝냈다.

피녜라 정권 4년간(2010∼2013년) 칠레 경제는 연평균 5.3% 성장했고, 실업률은 5∼6%대에 머물렀다. 인플레율은 3%에 그쳤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은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어 중남미 3위를 차지했다. 신규고용 실적은 100만 명에 달하고 300만 명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부패지수는 중남미에서 가장 낮다.

지난 2010년 10월 지하 갱도에 갇힌 33명의 광부 구조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 피녜라의 지지율은 67%까지 치솟았다. 경제적 성과에 '광부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경제 실적은 피녜라에게 독이 됐다. 경제 성장으로 국민의 요구는 다양한 분야와 수준으로 증폭됐으나 피녜라가 이를 적절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벌어진 대규모 파업에서 노동계의 요구 사항은 임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녜라 정권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고, 경제 실적을 강조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교육개혁을 요구하며 3년 넘게 계속된 학생 시위는 피녜라 정권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칠레에서는 2010년부터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1년 5월부터 시작된 학생 시위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 시절(1973∼1990년) 도입된 시장 중심 교육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현행 교육제도는 공립학교의 몰락과 빈부 간 교육격차 확대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 투자와 무상교육 확대를 요구했으나 피녜라 정권은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했고, 이는 피녜라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칠레에서 가장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는 공공연구센터(CEP)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피녜라의 지지율은 31%로 나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다. 군사독재자 피노체트보다도 낮다. 응답자의 64%는 피녜라의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60%는 피녜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0%로 회복됐다. 집권 기간 경제 분야의 실적에 대한 후한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1일에는 미첼 바첼레트(62·여)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이 열린다. 중도좌파 정당·사회단체 연합체인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소속인 바첼레트는 지난해 말 대선 결선투표에서 62.16%의 득표율로 보수우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중도좌파 진영이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셈이다.

바첼레트는 지난 2006∼2010년에 한 차례 대통령을 역임했다.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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