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한국에 '메시아 효과' 갖고 올까

방한 목적은 아시아청년대회·시복식…"화해·평화에 긍정 효과" 기대감

겉으로 드러난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의 1차 목적은 오는 8월 대전 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이다.

아시아 청년대회는 아시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집회다.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와 궤를 같이한다. 교황이 이 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도 집전한다. 교황은 아시아에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주님의 빛과 영광을 비추는 데 한국교회가 주춧돌이 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한이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가 열린 지 30주년이자 1984년 김대건 신부와 동료 순교자 등 103위의 시성 30주년인 올해 이뤄져 더욱 뜻깊은 것으로 천주교계는 받아들인다.

방한의 명분이자 직접적 계기는 이들 행사이지만 사실 이면에는 훨씬 더 큰 뜻이 숨어 있다.

우선 한국 천주교의 세계적 위상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세계 가톨릭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나라다. 한국 지식인들은 중국에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접하고 자발적으로 교리 연구를 시작해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 신앙공동체를 만들어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지난 1월 24일자에서 "세계 유일하게 평신도에게서 발원한 한국 교회"의 역사를 머리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한국은 또 전통적인 그리스도 문화권이 아님에도 활발한 해외선교를 벌이고 있고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도 세계 8∼9위권인 것을 비롯해 세계 가톨릭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 천주교 신자는 522만 명으로 세계에서 47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많다. 아시아 신자 수 상위 4개국인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서구 열강의 지배 과정에서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였다.


교황 방한에는 또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의미도 있다.

프란치스코는 한국 교회의 중요성과 함께 최근 수년에 걸쳐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 취임 직후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자,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역대 어느 교황보다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는 남북한 화해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즉위 직후인 작년 3월 31일 부활절 메시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지난 1월 13일 주 바티칸 외교사절단에 한 신년 연설에서는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볼 때도 교황 방한은 한국 사회 전반에 상당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처음 방한 요청은 천주교계가 했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 많은 이들이 교황의 한국행을 바랐던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갈등,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메시아' 같은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실제로 1984년,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차례 방한을 계기로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신자 수가 급격히 늘고 교세가 크게 성장한 바 있다.

그러나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두고 당시 군사정권이 교황에게서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선전했듯이 교황 방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종교계 관계자는 "솔직히 다른 종교 입장에서는 교세의 판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황의 방한이 마냥 반가운 소식일 수만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좀 더 크게 보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바람직한 길을 찾아가는 데 긍정적인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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