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11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과 관련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본 측의 행동이 있어야 된다는 점을 누차 말해왔다"고 밝혔다.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견지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집권 2년 차가 되도록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한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대일 외교 원칙이다.
일본은 그러나 고노담화를 '지키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베 신조 총리가 국내지지층을 의식해 고노담화 검증 계획을 철회하는 결심까지 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며 "한일 관계 개선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 측에 달려있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 정부도 원칙적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압박하는 쪽은 미국이다. 대(對)중 견제 차원에서 한미일 3각 공조가 중요한 만큼, 한일 양국이 삐걱거리는 상황은 "미국의 이익도 침해받는 것(성김 주한 미국대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압박의 방향은 한국보다는 일본 쪽으로 가 있는 모양새다. 위안부 문제에서는, 한국의 목소리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고노담화에 대한 일본의 검증 행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체적 메시지를 자민당 관계자에게 전했다고 일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앞서 6일에는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가 NHK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역 정세를 좀 더 어렵게 만드는 일본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미국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정부안팎에서는 미국의 대일 압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다수다. 아베 정부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면서 굳이 검증 의사를 밝힌 것이나,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일 양자회담을 부각시키는 등 화제를 돌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 등이 그 배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12일 조태용 외교부 1차관 인사 차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하는 것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차관급 교류라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관계개선을 주문하는 미국에 '티내는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따라 당장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간 정상회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반도 핵문제를 논의한다는 명분과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한미일 3국의 정상회동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