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보 사건이 뭐길래?'…수사 대상자 잇단 '자살'

전북경찰, 수사 원칙적으로 진행...전국 단위 확대 가능성도

수사대상에 오른 전북도청 간부가 목 매 숨진 지 두 달도 안 돼 문제가 된 업체의 핵심 간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북지역 9개 자치단체에서 문제의 업체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 올 수도 있는 '가동보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 대상자의 연이은 죽음이라는 이례적 상황은 '가동보 사건'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소환조사 앞두고 죽음 택해

하천 수위를 조절하는 보인 '가동보' 특허를 가진 충북의 C 업체.

이 업체 소속 신모(53) 상무는 지난 10일 오전 8시께 이 회사 주차장 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할 말은 많은데...사랑한다."

유서는 짤막했다. 이미 두 차례 경찰조사를 받은 신 씨는 이날 전북경찰청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신 씨는 남원 가동보 사건으로 구속된 심모(67) 씨, 임실 사건으로 구속된 이모(58) 씨 등 브로커에게 로비자금을 지급하고 자신도 영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북도청 이모(52) 과장도 경찰 소환이 예상된 상황에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22일 진안군 진안읍 금상리 충혼탑 인근에서 이 과장은 목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과장은 C업체 관계자로부터 공사 수주대가로 8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 잇단 죽음, 수사 걸림돌 될까

C 업체는 전북 9곳의 자치단체에서 10건, 40억 원 상당의 공사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전북도, 남원시, 임실군이 발주한 세 건의 공사에서 뇌물수수 정황이 드러났다. 다른 자치단체의 공사도 마냥 깨끗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이은 핵심 수사대상자의 죽음은 경찰에 큰 부담이 되고 '피의자 사망=공소권 없음'이라는 공식에 따라 수사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의 죽음 탓에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수사는 원칙적으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C 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공사 수주 관련 뇌물수수 관련한 방대한 양의 녹취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기록이 많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연민 보다는 의혹의 무게가 더하는 분위기다.

'안타깝다'라는 반응 이면에는 '비리가 얼마나 심했기에'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더 커지는 것이다.

◆ 전북 行 전국 發 될 수도

지난해 80억 원의 매출을 올린 C 업체는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도 4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브로커를 동원한 뇌물 공여와 수의계약이라는 구조는 비단 전북지역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C 업체와 관련된 또 다른 브로커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 수사는 전북지역 자치단체에 머무르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치단체 뿐 아니라 광역단위 기관이나 다른 시도로도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분석해야 할 자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사 확대를 시사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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