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항공 수사 새 국면…가설 '무성'

미 항공 관리 "조종사 자살 가능성" 제기

최근 테러에 초점이 맞춰졌던 말레이시아항공 실종사건 수사가 도난 여권 소지자의 신원 확인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객기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은 11일 도난 여권을 소지한 탑승자 2명 가운데 1명이 이란 국적의 10대 청년으로 당시 독일로 망명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 청년이 테러단체의 조직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테러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는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다른 탑승자와 함께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인의 도난 여권을 이용, 말레이시아항공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테러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수사선상에서 배제됐더라도 항공기 납치와 사보타주 등 테러 가능성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승객·승무원들의 심리적 문제와 이들의 개인 신상문제 등도 조사대상이다.


칼리드 청장은 이를 위해 승무원은 물론 승객들의 경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등 광폭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항공담당 관리는 극히 이례적이긴 하지만 실종 여객기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주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실종사고 당시 기내의 이상 현상을 시사하는 어떠한 무선 송신도 없었다면서 이런 가설을 제기했다.

조종사 자살이라는 가설을 적용하면 사고 항공기 위치를 알려주는 조난 항공기 위치 송신기(ELT)와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등 각종 첨단장비들이 위급 상황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은 의혹이 일거에 풀릴 수 있다.

레이더 추적이 이뤄지긴 하지만 조종사가 통신장치의 기능을 중지시킨다면 지상 관제소 등은 기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손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항공사고 전문가들은 사고기에 탑재된 조난 항공기 위치 송신기(ELT) 등이 제대로 기능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들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200ER에 비상시 항공기 위치를 알려주는 ELT 등 첨단장치들이 탑재됐으나 이들 기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도 사고기 기종에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이 탑재돼 있어 지상에 단문 메시지를 자동 송신할 수 있지만 기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ACARS는 기체 고장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상에 단문 메시지를 전송하는 자동 시스템으로 지난 2009년 대서양에서 추락한 에어프랑스 항공편의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유용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조종사 자살을 적용하더라도 일부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사고기가 이번 사례처럼 레이더 화면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은 기체가 높은 고도에서 공중 분해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고기의 회항 흔적 역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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