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료제공 '신중모드'…민화협 추진 제동 걸리나(종합)

북한이 제작한 유엔식량계획 선전포스터(사진=WFP)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북에 비료를 제공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북핵 해결을 위한 단초가 마련돼야 대북지원 확대 문제가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

◈ '북핵' 장벽..정부, 北 비료 제공 신중

북한은 올해 가을철 수확기 까지 34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는 올해 북한을 또다시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다.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 이상 증가했지만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식량 증산을 위한 비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은 지난해 흥남비료공장 시설 일부가 폭발해 비료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측 민간단체는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비료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북한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민화협 대북 비료 지원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민화협은 13일 비료 보내기 운동본부 발대식을 개최하기로 했으나 ‘내부 준비 부족’을 이유로 행사를 갑자기 연기했다.


민화협이 북한에 비료 보내기 선포식을 연기한 것은 현재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민화협의 비료 지원 방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민화협이 추진하는 차원은 순수 인도적 지원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5.24 조치 이후 정부 차원의 식량 지원은 중단된 상태고 민간단체의 지원도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료는 쌀이나 옥수수 같은 식량에 준하는 것으로 분류돼 장기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물품의 경우 영유아, 임산부를 위한 분유, 영양식 재료, 기초 의약품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북지원 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간단체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정부도 전향적으로 판단해 우리가 모으는 비료들이 북측 농민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2000년부터 매해 30∼35만t의 화학비료를 북한에 지원해왔다. 하지만 2008년부터 남북관계 악화로 완전히 중단됐다.

비료를 비롯한 대북 지원 확대를 결정짓는 중심에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현안과 북핵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북한이 거부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과 외교.통일 장관들이 일제히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선것도 대북지원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북핵이다”라고 규정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 핵과 경제개발 병진노선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협력 범위와 속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대북지원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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