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체육 단체들, 능력이 그만큼 못 따라가”

이용대 선수 (자료사진)


- 이용대 선수 자격정지, 협회 무능으로 선수가 치명적인 피해를 본 대표적 사례
- 지난 1월 문체부 특별감사, 체육단체의 온갖 비리가 다 나와
- 파워 싸움 끝에 한쪽이 힘을 가지면서 견제가 전혀 안 되는 것도 문제

<체육계 개혁 시리즈 ④ 행정 난맥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13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용철 (서강대 교수)


◇ 정관용> 시사자키 이번 한 주 동안 우리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 살펴보고 있죠. 오늘은 협회, 연맹 등 이 체육단체들의 행정 난맥상에 대해서 살핍니다. 서강대 체육교육과 정용철 교수. 전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용철>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얼마 전에 배드민턴 이용대 선수 1년 자격정지 당했잖아요. 그게 무엇 때문이었죠? 다시 한 번 간략히 정리해 주시면.

◆ 정용철> 그때 국제배드민턴연맹에서 무작위로 검사를 실시하는 제도가 있어요. 여기를 선수가 어디 있는지를 밝혀야 되고, 협회에서 그 기록 넣어줘야 되는데. 그것을 넣지 않고 세 번에 걸쳐서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건이 벌어졌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배드민턴연맹이 세 번이나 공문을 받고서도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 정용철> 와서 허탕을 치고 간 거죠. 그러니까 협회 입장에서는 무작위로 왔을 때는 어디 있는지를 우리가 알고 와서 검사를 해야 되는데, 검사를 세 번 다 실패를 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아마 서면 기회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징계 전에 그랬는데 그것도 아마 답변을 보내지 않았고. 그 결과 징계가 결정이 된 거죠.

◇ 정관용> 왜 그랬대요?

◆ 정용철> 이거는 어떻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다 아시다시피 협회의 무능으로 선수가 아주 매우 치명적인 피해를 본 아주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고요.


◇ 정관용> 이것 되돌릴 수 없는 거예요? 확정된 겁니까?

◆ 정용철> 네. 지금은 거의 어렵다고 보고요.

◇ 정관용> 어쩜 이럴 수가 있죠? 이렇게 무능뿐 아니라 체육 관련 협회, 연맹 등등에서는 각종 비리도 많았었죠?

◆ 정용철> (웃음) 네. 지난 1월에 문체부에서 체육단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300여건 넘는 비위사실 적발했고요. 크게 보면 조직의 사유화, 협회 임원에 가족을 임명한다든지, 아니면 단체 운영을 부적정하게 공금횡령, 그다음에 심판운영 불공정, 이런 게 포함이 됐고요. 그 외에도 폭력, 성폭력, 여러 가지 비위사실이 많이 망라가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오죽하면 특별감사까지 했었겠어요, 그때. 그렇죠?

◆ 정용철> 네.

◇ 정관용> 왜 이럽니까? 이런 협회나 연맹들이 복마전인 이유는 뭐예요?

◆ 정용철> 제가 볼 때는요. 이게 협회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사건이 터졌을 때 이것들을 끊어내는 이런 단호한 일들이 필요한데. 이것들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될 사람을 안 물러나게 하고, 그리고 계속 꼬리 자르기와 시간 끌기 식으로 계속 이런 형태가 반복이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이런 것 때문에 사실은 어떤 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무력감에 빠져서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냐, 이런 식으로 패배의식까지 갖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체육 관련단체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거기에 수뇌부는 어떻게 구성이 되는 거예요?

◆ 정용철> 단체마다 규모 수준이 다 달라서 일반화해서 말씀드리기는 좀 어려운데요. 예를 들어서 축구협회 같은 경우는 재정도 뒷받침돼서 거대한 단체가 있는가 하면, 비인기종목 같은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한 협회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협회들을 직접 봤을 때 아마 처음에는 그 종목을 아주 오랫동안 몸담던 분들이 그 종목의 발전을 위해서 순수한 마음에서 실제 시작했다고 믿고 싶은데요. 일단 그 종목이 커가고 일종의 권력이 생기면서 뒤편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어떤 밥그릇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덩치에 비해서 거기에 걸맞은 어떤 능력이나 수준이 못 따라 가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지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 권력이 생기게 되면 권력이 그냥 어느 한쪽으로 계속 이어져 내려가고. 이게 상호 견제라든가 소위 말하는 정권교체 같은 게 되고 민주적이지 않나요, 운영이?

◆ 정용철> 그게 일종의 파워 게임이 돼서 또 지난 빙상협회 얘기도 많이 했지만, 그 한쪽이 일방적인 어떤 파워를 가질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고요. 그런 것들이 견제가 안 되는 것들이 지금 사건을 더 크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죠.

◇ 정관용> 정부도 특별감사까지 하고 처벌도 하고 매번 하잖아요, 사실. 그러면 이거 가지고 안 되면, 어떻게 해야 고쳐질 수 있습니까?

◆ 정용철> 저는 일단은 인적쇄신들을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전임자 밀어내고 들어오는 개혁의 어떤 새로운 권력자가 영원히 공명정대하게 협회를 이끌어나갈까 하는 의심이 좀 들어요. 그래서 저는 인적쇄신도 중요하지만 인적쇄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 자체가 이런 독재나 파벌이나 이런 것들을 감시하고 못하게 하는 그런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것들을 또 계속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의지들이 필요하고요. 사실 지금 협회보다도 똑똑한 시민들이 탄생을 했다고 생각을 하고. 이제 더 이상 주먹구구식의 체육 행정을 보고만 있지 않을 스포츠팬들도 많이 확보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민들의 힘을 가지고 또 우리가 금방 잊고, 이런 것들을 언제 그랬다는 듯이 다시 이렇게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아픈 상처들을 똑똑히 오랫동안 기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말씀하신대로 선수나 지도자 출신들로만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꾸밀 게 아니라, 그 종목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시스템이 제일 좋겠군요.

◆ 정용철> 네.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에서 근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게 엘리트 스포츠의 단체와 생활 체육을 담당하는 단체가 이원화되어 있는 그런 환경이에요. 그래서 그냥 일반 시민으로서의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벽을 넘어서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큰 괴리가 있죠.

◇ 정관용> 그래도 그것을 이제는 허물어뜨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고쳐지지가 않을 것 같군요. 도움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정용철> 네.

◇ 정관용>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전공 정용철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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