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검찰의 국정원수사 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나?"

"남재준 국정원장 버티는 한 수사가 어려울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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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지난 11일 새벽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나서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검찰의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긴급체포한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문서 위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선양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를 소환해 조사 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이 영사를 한 두 차례 더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상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한지 사흘 만에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국정원 관련자와 외교부 관계자 등을 소환조사했지만 아직은 진상조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수사가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의 본질인 대공수사 파트와 대공정보 파트에 대한 수사이다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증거조작의 윗선을 밝혀내는 데도 일정 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의 국정원수사 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했나?

국정원 협력자 김 모씨.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간밤에는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 11시가 긴급체포한지 48시간이 되기 때문에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씨에 대해서는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적용될 예정이다.

검찰은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의 사법처리를 두고 고심을 해왔다. 중국 국적이고 또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외범이면서 김 씨의 행위는 중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씨의 사법처리가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 고심이 많았다"면서 "일단은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문서 위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선양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 영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행한 문서와 삼합세관이 발급해 주었다는 문서에는 선양 총영사관의 영사확인서와 영사공증이 첨부돼 있다. 영사확인서는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진 이인철 영사가 서명했는데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확인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영사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확인서 작성을 거부했지만 본부(국정원) 측의 반복된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 영사에게 반복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군지 그 지시에는 누가 관련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증거조작 과정에 '김사장'으로 불리는 국정원 블랙요원 김 모 조정관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 검찰수사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 일단 검찰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보면 된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일어난 증거조작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 이인철 영사, 김 모 과장 또는 김 사장으로 불리는 국정원 직원, 또 다른 국정원 협력자 등이다.

두 번째는 국정원에서 어느 선까지 증거조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검찰이 국정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건 윗선이 관련된 단서나 진술 등을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단서가 이인철 영사에게 중국기관에서 발부한 것이 아닌데도 영사인증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과 항소심에 제출하기 위한 증거를 만들어 오도록 지시한 지휘선을 밝혀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검찰내부에 대한 수사다. 국정원에서 수사한 사건을 기소하고 공소유지를 하면서 증거조작 여부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에 대해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감찰로 할 수도 있고 국정원과 증거를 조작한 공범으로 봐서 수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검찰의 국정원수사 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고 한 것이냐?

자료사진
= 일단 검찰수사에 대한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이 증거조작에 관련된 국정원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정말 수사의지가 있느냐 하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 기대는 검찰이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심정으로 한발 한발 실체에 다가가면서 국정원이 스스로 문을 열게 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지난 9일 밤 뜬금없는 <국정원 발표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면서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이 스스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나온 점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국정원을 밀어붙였다가 그 역풍으로 채동욱 검찰총장까지 퇴진당한 경험이 있는 검찰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 국정원이 스스로 문을 열게 했고 비록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국정원 직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하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더디고 언론이나 정치권, 국민들의 요구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로 여겨진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수사 내용이나 진전되는 걸 외부로 알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소리 없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대는 검찰과 국정원이 결국은 피할 수없는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검찰로서는 국정원의 조직을 뿌리째 흔드는 수사를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검찰고위관계자가 "장독에 든 쥐를 잡는다고 장독을 깰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도 "조직 대 조직의 대결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 조직과 범죄를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이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의혹에 대해 적당히 수사할 경우 국정원이 아니라 정권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검찰은 고려하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적당하게 수사를 하면 국정원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검찰이 뿌리째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청와대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숨기거나 감춘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나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기대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수사 스타일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김진태 검찰총장은 요란하게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뚝심 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지금은 검찰의 수사속도나 내용에서 미진해 보이기도 하고 허술한 면도 있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수사목표를 관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 즈음에 "검찰총장 2년 하겠다고 평생 쌓아온 명예를 허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 우려되는 점은 그동안 언론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첫 번째는 검찰수사가 국정원 지휘부를 미리부터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사를 하다보면 지휘부까지 확대될 수도 있겠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대상을 수사실무선으로 한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대공수사국장의 방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우성 사건을 수사했던 팀장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하는 실정이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이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번째는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증거조작은 대부분 중국현지에서 이뤄졌다. 검찰이 중국에 대한 수사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는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가 구체적인 위조경위를 진술하더라도 이를 중국현지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국정원 내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증거를 위조해서 가져오라는 지시를 공문으로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정원 지휘라인으로 수사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검찰내부에 대한 수사의지가 희박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책임은 국정원 못지않다. 기소와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조작된 증거물을 검증 없이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국정원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소한 1심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나온 뒤에는 정신을 차렸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그런데도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혀 언급이 없다. 그래서 제 식구를 감싸면서 모든 책임을 국정원에 떠넘기려는 심산은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다.

네 번째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의지가 있느냐 하는 의문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의 수사방향은 국정원의 혐의를 문서위조로 한정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무고나 날조 혐의보다는 문서위조나 위조사문서 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거조작 사실이 점점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유 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조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문서위조나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아닌 국보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검찰은 아직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이 검찰이 수사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다섯 번째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취임이후 국내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비밀을 해제하면서까지 공개해버린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파트가 압수수색을 당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수사가 국정원 지휘부를 겨냥할 경우 남 원장이 수사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검찰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나도 두텁고 검찰의 수사의지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앞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수사성과를 거둘 수는 있는 거냐?

= 그 점이 궁금해서 검찰 안팎의 여러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찰 내부나 전 현직 사정관계자나 비슷한 전망을 했다.

일치된 전망은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가겠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검찰수사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아직은 미약해 보이지만 결국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도 "결국은 관련된 직원들이 윗선을 불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증거조작을 실행하는데 직접 관련된 간부까지는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고위사정관계자는 "앞으로 며칠만 더 지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요즘은 어떤 국정원 직원도 윗선의 개입을 감추거나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들어가더라도 뒤를 봐주지도 않을 것이고, 책임을 진 본인은 명예도 연금도 모든 걸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지금 수사방식이 옳은지 수사의지가 있기는 한지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검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검찰로서는 물러설 곳이 없다. 전직 검찰총장이 6개월 만에 쫓겨났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수사팀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로 전달됐으며 검사들의 일탈사건이 빚어지면서 신뢰도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감찰 고위관계자의 언급대로 "검찰이 적당히 수사할 경우 국정원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검찰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고 청와대가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간첩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우성씨는 어떻게 되는 거냐?

유우성 씨.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무죄가 될 것이고 유죄가 선고된다면 유죄가 되는 것이다.

다만 유우성씨가 의심을 받게 된 건 오래된 일이다. 화교 출신인 유우성씨는 2004년 탈북자로 국내에 정착해 탈북청년 회장과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국정원은 2007년부터 유 씨의 스파이 혐의에 대해 내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할 사안은 무죄를 선고한 1심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으니까 무죄"라고 밝히고 있고 재판장도 기자들에게 "무죄의 확신이 들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니라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죄"라는 말을 했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형사법정에 세우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스파이가 적발되면 스파이끼리 바꾸거나 다른 사안과 교환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국외 추방을 한다"라고 말했다.

유우성씨가 스파이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한 건 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뒀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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