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증권업 불황에 노조 결성 바람

(사진=자료사진)
증권사들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10여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 조직개편, 지점 폐쇄, 임직원 임금 삭감 등의 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지점 수가 2011년 1,856곳에서 2012년 1,674곳, 지난해 1,534곳으로 지점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2년새 300여곳(17.35%)의 지점이 사라졌다.

증권사 임직원은 2011년 말 44,055명이었으나 2012년과 2013년을 거치면서 4,000여명이 줄어든 40,243명으로 2년 만에 8.65% 감소했다.

◈ "뭉쳐야 산다"…구조조정, 임금 삭감에 노조 설립 활발

회사의 방침에 노조가 없던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 노조 결성 바람이 불고 있다. 또 개별 증권사 노동조합이 산별 노조로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 사측에 대응하는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증권사 노조는 은행 등 다른 금융권 노조와 달리 노조의 수가 적었다. 증권사 수는 62개에 이르지만 노조를 가진 증권사는 삼성, 현대, 동양, NH농협 등 20여개에 불과했다.

198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2012년에 IBK투자증권이 노조를 설립했다. 회사에서 강행한 임금·인사 체계 개편에 대응해 노조 설립이 이뤄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최근 대신증권이 창립 53년만에 지난 1월 노조가 결성됐다. 대신 증권은 증권업계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히 '무노조 체제'를 유지했다. 최근 업황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것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생 노조 설립도 활발하지만 기업별 노조들도 힘을 모으기 위해 산별 노조로의 편입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개별기업 노조였던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월 사무금융노조 소속이 됐다.

산별 노조로 가게되면 개별기업 노조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산별 노조가 갖게된다. 교섭권 위임은 선택이지만 체결권 만큼은 산업별 노조 위원장이 갖게 되기 때문에 기업은 더 이상 개별 노조만을 상대로 할 수가 없게된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원래 산별 전환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매각에 대응하면서 산별 전환이 가속화됐다"라며 "단위보다는 산별로 대응할 때 크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이사회 역시 전국 6개 지점 폐쇄를 골자로 하는 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교보증권 노조와 산별 노조인 사무금융노조 반발로 일단 보류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산별 노조 전환을 가장 두려워한다. 개별 노조를 상대할 경우에는 회사와의 공감대도 있고 설득이 쉽지만 산별노조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 김금숙 수석부위원장은 "우리투자증권 노조원이 2,000명인데 산별 노조원은 24,000명이다.10배의 조합원이 함께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교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라며 "증권뿐 아니라 불황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아예 노조가 없던 기업들에 신규 노조가 생기거나 산별 노조로 전환하는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가운데는 하나SK카드가 지난해 노조를 신설했고 SC저축은행, SC캐피탈 등 저축은행도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노조를 신설하고 산별노조 소속이 됐다.

김 부위원장은 "개별기업단위 노조가 갖고 있는 권한을 산별노조로 넘기는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저항감도 있기 때문에 큰 결정이다"라며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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