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시리아 노모의 해외 '자녀 찾아 삼만리'

난민 신분으로 모국 떠나 터키·그리스 거쳐 독일서 극적 상봉

107세의 시리아 할머니 사브리아 칼라프의 생애 마지막 바람은 머나먼 곳 독일에 사는 자녀들과의 상봉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고향 시리아를 떠났다. 내전을 피해 아들과 딸이 사는 독일로 가려 했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몇 달간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작년 12월 겨우 그리스까지 도착했다.

그곳에서 독일로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각종 행정절차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부터 칼라프 할머니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점차 나빠져 가는 건강,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아이들의 손도 잡아보고, 껴안아도 보고, 그런 뒤에 죽고 싶습니다"는 말도 했다.

칼라프 할머니의 바람이 드디어 17일(현지시간) 이뤄졌다.

칼라프 할머니가 이날 독일에 도착해 20여 명의 가족과 상봉했으며, 이 중에는 최근 태어난 고손자도 있었다고 AP통신과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전했다.

칼라프 할머니의 삶은 평탄했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 알 카타니아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인생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장성한 자녀는 약 20여년 전 독일 등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2011년 시리아 내전이 터지며 할머니의 삶엔 굴곡이 생겼다. 포화가 고향을 뒤덮고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며칠 동안 먹지 못하고 지내는 일이 계속됐다. 결국 지난해 중순 그는 가족이 있는 독일로 피난길에 올랐다.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터키에 도착한 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선을 탔다. 거센 겨울 파도와 폭풍우에 낡아 물이 새는 난민선은 조난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다른 96명과 함께 그리스에 닿았고, 독일로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행정절차라는 거대한 벽에 맞닥뜨렸고, 뱃멀미로 앓은 이후 건강은 하루하루 더욱 나빠졌다.

이같은 칼라프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달 초 독일 뮌헨의 한 신문에 소개됐다. 그러자 동정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독일 의회 의원들이 '할머니의 연세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라'며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에게 개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4일 독일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칼라프 할머니를 위한 망명 허가를 특별히 내줬다. 할머니는 시리아를 떠난 지 7개월 만에 꿈에 그리던 자녀들과 상봉할 수 있었다.

칼라프 할머니처럼 지난해 유럽으로 건너온 시리아 이민자는 5만3천명에 달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난 3년간의 시리아 내전으로 총 13만명 이상이 죽고 25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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