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멈춰요" "어, 어, 꽝!"…버스기사에 무슨 일이?

경찰 "1차 사고 후 노선 이탈, 최소 방어운전 없어 운전자 뇌졸중 등 가능성도"


19일 심야에 서울 도심에서 버스 추돌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경위는 여전히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차량 결함이 문제인지, 운전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던 것인지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43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염 모(59) 씨가 몰던 3318번 버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그런데 이 버스는 1차 사고 후에도 멈추지 않고 1km가량을 그대로 달려 3분여 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30-1번 버스를 추돌하는 등 2차 사고를 냈다.

결국, 운전자 염 씨와 30-1번 버스 승객 이 모(19) 씨 등 2명이 숨지고, 30-1번 버스 승객 장 모(18) 양이 중상을 입는 등 시민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살피고 목격자들의 진술을 청취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자료사진 / 송은석기자)

먼저, 숨진 버스 운전자가 사고 당시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이 의문이다.

1차 사고를 낸 뒤에도 계속 직진했고, 2차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등 차량을 긁은 뒤 대형사고 위험이 있는데도 멈추지 않은 채 30-1번 버스를 뒤에서 또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3318번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1차 사고 이후 '버스를 멈추라'고 외쳤지만, 염 씨는 '어, 어'하면서 그대로 주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 때문에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염 씨 몸 상태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상 안전운전 교육을 받은 버스 운전자라면 차량에 결함이 생겨 운전이 불가능할 때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른 차량 대신 도로변이나 가로수를 들이받는 등 '방어운전'을 하기 마련인데 염 씨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3318번 버스가 1차 사고를 낸 직후 정해진 노선을 이탈한 점이다.

1차 사고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버스는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택시를 추돌한 뒤 빨간 신호인데도 멈추지 않고 노선마저 벗어나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318번 버스의 블랙박스가 파손돼 사고 당시 경위나 속도 등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버스 회사에서 버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장치는 1차 사고 이전에 버스 안에서 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염 씨가 1차 사고 이후 부상을 입었거나 갑작스러운 뇌졸중 등 몸 상태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차량 결함, 음주, 병력 등 모든 가능성을 수사할 계획이다.

염 씨 시신과 차량은 국립과학수사원에 보내 정밀 감식할 예정이고, 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 검토를 통해 과거 병력 등도 살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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